네이버 AI 올인도 바쁜데 노란봉투법 '후폭풍', 손자회사들 "보상체계 격차 줄여달라"

▲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가 성남시 네이버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본사가 네이버 손자회사 6개 법인의 임단협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

[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조와의 갈등이 손자회사까지 번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신사업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와 이해진 의장의 경영 복귀 등 변화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내부 노사갈등 해결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

27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에 따르면 네이버 손자회사인 그린웹서비스·스튜디오리코·엔아이티서비스 등 6개 법인의 조합원들은 이날 성남 분당 네이버 사옥 1784 앞에서 2차 집회를 열었다. 지난 11일 조합원 600여 명이 모인 1차 집회 이후 두 번째다. 

핵심 쟁점은 본사와 손자회사 간의 보상체계 격차다. 손자회사 직원들이 사실상 본사의 업무를 나눠 맡고 있지만 임금과 복지에서 본사 대비 크게 뒤처져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이날 노조 측은 “임금 격차는 차치해도 인상률이라도 본사 수준에 맞춰 달라”며 “복지에 있어 본사와 격차를 해소해달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서비스 운영 등 업무를 나눠 맡고 있지만 연봉 격차가 2~3배인 것은 물론 스톡그랜트(기업이 임직원에게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보상제도) 등 성과급과 면절 선물 등 복지에서도 격차가 있었다. 

네이버 노조는 2018년 설립 초기부터 계열사 임금·복지를 본사와 함께 논의하는 통합교섭을 요구했으나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이후 개별 협상이 이어져 왔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임단협 협상에서도 합의가 불발되며 집단행동으로 번졌다. 

최근 통과된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주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개정안은 △노조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쟁의 대상에 ‘경영진 주요 의사결정’ 포함 △하청 노동자의 원청 단체교섭권 인정 등을 골자로 한다. 원청이 하청·손자회사 직원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면 교섭 의무가 생기는 셈이다. 법 시행은 6개월 뒤지만 통과 자체만으로도 노조의 압박 수단이 강화되며 네이버 노사관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네이버가 비용 절감을 위해 만든 원·하청 이원화 구조에서 발생한 차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집단적 노사관계를 통한 해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AI 올인도 바쁜데 노란봉투법 '후폭풍', 손자회사들 "보상체계 격차 줄여달라"

▲ 사진은 네이버 사옥의 모습.


네이버 노조는 영향력이 비교적 낮은 IT업계에서 강성 노조로 분류된다. 여기에 네이버가 플랫폼·커머스·콘텐츠·금융·클라우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거느리고 있어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의 전체 계열사 수는 104곳이다. 카카오와 더불어 계열사 다각화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특히 손자회사 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서게 될 경우 인력 관리, 보상, 복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성과 보상체계를 손자회사까지 확장할 경우 네이버의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에만 연구개발(R&D)에 1조 원 이상을 투입하며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해진 의장이 직접 경영 전면에 복귀하며 ‘소버린 AI’ 전략과 글로벌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내부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조직 안정성과 혁신 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를 비롯한 IT 대기업들은 손자회사 인력을 하청처럼 활용해온 경향이 있다”며 “신규 프로젝트마다 인력을 탄력적으로 재편해왔는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면 이런 유연성이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손자회사 인력을 활용하는 만큼 외주에 견줘 노란봉투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큰 구조”라며 “현재 AI 사업부문이 사실상 인력을 갈아넣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집단행동이 본격화될 경우 AI 경쟁력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본사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최인혁 전 COO의 복귀를 저지하기 위한 단체 행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장을 모집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사회 회의록 열람 청구 등 실질적인 견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