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코스 K뷰티 열풍 타고 ODM 결실, 배해동 토니모리 수직계열화 성공적

▲ 토니모리가 ODM 사업 성장에 힘입어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사진은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토니모리가 K뷰티 열풍을 타고 브랜드를 넘어 제조자개발생산(ODM)까지 손을 뻗으며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단순 화장품 브랜드사에서 벗어나 제조 경쟁력을 갖추며 사업 외연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2017년 ODM 전문 자회사 메가코스를 설립하며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에는 다소 낯선 시도로 여겨졌지만, 글로벌 K뷰티 수요 확대와 맞물리며 화장품 수직계열화의 성공적인 포석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7일 토니모리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1세대 로드숍’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뚜렷이 포착된다. 전성기를 지나 긴 조정기를 겪은 이후 다시 반등의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토니모리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114억 원, 영업이익 9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5.3%, 영업이익은 21.1%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연결기준으로 매출 1770억 원, 영업이익 121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7.1%, 영업이익은 25.8% 증가했다. 

토니모리의 실적 회복의 배경에는 ODM 자회사 메가코스가 자리하고 있다.  

화장품 산업은 전통적으로 밸류체인별 경계가 뚜렷한 편이다. 브랜드사는 기획·마케팅, ODM사는 개발·제조에 집중하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이는 브랜드사가 제조에까지 손을 뻗으면 고객사와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K뷰티가 일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ODM이 키운 신생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와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덕분에 브랜드 기업의 ODM 진출이 더 이상 ‘금기’를 깨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산업 내 밸류체인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사와 원료 기업이 ODM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이들은 자체 기술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를 앞세워 ODM 시장에서 분산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흐름에 가장 발 빠르게 올라탄 인물이 배해동 회장이다. 직접 제조 공장을 운영하면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변화가 빠른 뷰티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꿰뚫어 본 셈이다.

배 회장은 토니모리뿐 아니라 국내 톱5 화장품 용기업체인 태성산업 회장까지 겸임하며 제조 역량을 탄탄히 다져왔다. 브랜드 사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조까지 품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경험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구개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메가코스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직접 검증하는 기반기술 연구실을 비롯해 스킨케어 연구실, 응용연구실, 베이스·포인트 메이크업 연구실, 향료연구실, 디자인 연구소 등 촘촘히 짜인 연구 인프라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연구개발 역량을 갖췄지만, 창립 초기 제조 기반만으로는 경쟁 브랜드로부터 주문을 따내기는 쉽지 않았다. 전환점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와의 납품 계약이었다. 이를 계기로 고객사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후 K뷰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메가코스 K뷰티 열풍 타고 ODM 결실, 배해동 토니모리 수직계열화 성공적

▲ 토니모리의 ODM 자회사 메가코스가 매년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메가코스 화성공장. <토니모리>


메가코스는 토니모리 연결 실적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메가코스의 매출 가운데 토니모리의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다. 이미 독립적 수익 기반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메가코스는 지난해 매출 583억 원, 영업이익 33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37.5%, 영업이익은 57.1% 늘었다. 지난해 토니모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메가코스가 책임진 셈이다. 

고객사 포트폴리오도 탄탄하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를 비롯해 더파운더즈, 에이피알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제품군 역시 토너패드와 마스크시트류에서 최근 콜라겐 마스크까지 라인업을 넓히며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늘어나는 주문에 힘입어 가동률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만 해도 가동률은 기초 화장품 45%, 색조 화장품 57%에 머물렀으나 2024년 들어서는 각각 64%, 68%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는 기초 74%, 색조 84%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생산능력(CAPA) 확충도 이에 발맞춰 이뤄지고 있다. 

토니모리는 메가코스 설립 이전인 2016년 경기도 화성에 색조 화장품 전용 공장을 세우며 제조 기반을 다졌다. 이후 2017년 법인 설립과 함께 본격 가동에 들어가 모회사 토니모리와 외부 고객사 물량을 동시에 흡수했다. 2023년에는 평택2공장을 완공하며 생산 거점을 더욱 넓혔다. 

그 결과 기초와 색조를 합친 CAPA는 2023년 연간 7769만 개에서 2024년 9923만 개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5591만 개에 이른다. 하반기 수주 흐름을 감안하면 연간 1억 개를 넘어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CAPA 확대를 위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메가코스는 지난해 1분기부터 총 24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3억 원을 투입했다. 단순한 라인 증설에 그치지 않고 자동화 설비와 고효율 장비 중심의 투자로 향후 수익성 개선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메가코스는 첨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해 소비자 맞춤형 및 고기능성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ODM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