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텅스텐에 미국과 유럽 관심 집중, '공급망 무기화' 시대 해법 되나

▲ 미국 네바다주 워커레인 지역에서 가디언메탈 리소스 직원이 텅스텐 매장지를 탐사하고 있다. <가디언메탈 리소스>

[비즈니스포스트] 군수 무기와 재생에너지 부문의 수요 증가로 텅스텐 중요도 또한 커진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EU는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중국 대신 우방에서 텅스텐을 확보하려 해 한국의 상동광산이 ‘공급망 무기화’ 시대에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내무부는 25일(현지시각) 발표한 '핵심 광물' 목록 초안에서 영향력이 큰 광물 10개 가운데 텅스텐을 사마륨과 로듐, 루테튬 등에 이어 9위에 올렸다. 

내무부는 해당 광물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미국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받는지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했다. 

텅스텐은 높은 경도와 녹는점으로 제트기를 비롯한 무기는 물론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조업, 풍력 터빈 샤프트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그러나 텅스텐 공급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에 집중돼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는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통제를 비롯한 공급망 무기화 전략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텅스텐 채굴업체 가디언메탈 리소스의 올리버 프리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미국이 수입하는 텅스텐 원광 가운데 90%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서 온다”고 말했다고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더구나 베이징은 올해 2월 텅스텐을 비롯한 5가지 광물에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이에 미국 내무부가 텅스텐을 시장 논리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요도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포브스는 25일자 기사를 통해 “텅스텐 공급은 단순한 산업 계약이나 물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며 “국가 외교 전략까지 모두 아우른다”고 평가했다. 

유럽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생산이 대폭 증가해 텅스텐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재고는 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금융매체인 스톡하우스에 따르면 텅스텐 가격은 5월 중순 10㎏당 400달러(약 55만7천 원)에서 최근 500달러(약 69만7천 원)로 상승했다. 3개월 만에 가격이 25% 뛴 것이다.

반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알루미늄 가격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6% 상승에 그쳤다.

포브스는 “세계 텅스텐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재고도 조용히 줄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산 텅스텐에 미국과 유럽 관심 집중, '공급망 무기화' 시대 해법 되나

▲ 루이스 블랙 알몬티중공업 CEO가 13일 시장조사업체 래디우스리서치와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알몬티중공업의 한국 자회사인 알몬티대한중석 로고를 화면 배경으로 설정한 모습이 눈에 띈다. <알몬티중공업>

이는 한국 상동광산에 전략적 중요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한 상동광산이 올해 연말 텅스텐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동광산은 글로벌 광물업체 알몬티중공업이 광업권을 사들이고 최근 생산 장비를 대부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몬티 측은 상동광산에 텅스텐 매장량을 5800만 톤으로 추산한다. 60년 동안 채굴이 가능한 규모다. 

영월군청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알몬티 관계자가 최근 영월에 다녀갔다”며 “채굴하는 텅스텐에 세금을 얼마나 낼지 논의하러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동광산 텅스텐은 미국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하원 중국위원회가 지난 6월2일 알몬티 측에 텅스텐 공급 능력을 묻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 공급망 취약성을 상동광산 텅스텐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계산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짐작된다.

현지시각으로 25일 진행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핵심 전략 광물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본격 추진할 수도 있다.
 
EU 또한 광물 조달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은 정책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핵심원자재법은 텅스텐을 비롯한 34종의 핵심 광물과 원자재와 관련해 2030년까지 연간 소비량의 10%를 자체 생산하고 지역 외 단일 국가 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에 더해 알몬티중공업은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마쳤다. 텅스텐 생산과 공급을 수월하게 진행하도록 자금 여력을 갖춘 모양새다. 

종합하면 상동광산 텅스텐이 세계 시장에서 중요도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해 미국과 EU의 민간 기업은 물론 정책적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포브스는 “상동광산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부터 핵심 광물을 확보하고 지배적인 업체로부터 공급망 위험을 분산한다”며 “국방과 재생에너지, 첨단 제조업을 위한 전략적 가치를 동시에 만드는 실질적인 성공 모델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