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은행들이 서로 협력하고 각자 전략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구체적 모습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관련 법제화에 속도가 붙는 상황에서 미래 금융산업 변화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합종연횡 막후의 독자 전략 강화,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시대 준비 속도 붙었다

▲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앞두고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다가올수록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업체와 협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NH농협은행은 전날 아톤, 뮤직카우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을 연계한 융합 사업모델 검증을 위한 3자 업무협약를 맺었다.

농협은행은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4월 출범한 오픈블록체인·DID협회 내 스테이블코인분과 멤버다. 이를 바탕으로 은행권과 스테이블코인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독자 전략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4대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역시 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사오픈블록체인·DID협회 내 스테이블코인분과에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시대에 대비한 자체 조직을 갖추고 외부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주 한국을 찾은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의 히스 타버트 사장을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4대 시중은행은 은행장 혹은 지주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타버트 사장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4대 시중은행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목표로 단독 혹은 지주와 함께 다수의 상표권 출원도 마쳤다. 일부 은행은 스테이블코인 실거래를 위한 자체 기술 검증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바삐 준비하는 것은 시중은행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그룹을 중심으로 스테이브코인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정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와 공동 TF장을 맡아 TF를 이끈다.

케이뱅크도 최근 사내 전담조직인 ‘디지털자산TF’을 출범했다. 케이뱅크는 4월부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한국과 일본 해외송금 기술검증(PoC)도 진행하고 있다.

토스뱅크 역시 토스를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담사업 조직을 구성했다.

토스의 금융경영연구소인 토스인사이트는 이날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 보고서도 냈다. 지난해 토스인사이트가 출범한 뒤 처음 낸 보고서다. 토스가 스테이블코인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은행뿐 아니라 카드, 캐피탈, 증권, 저축은행 등 여러 업권이 스테이블코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관련 제도가 갖춰진다면 은행권이 중심이 돼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합종연횡 막후의 독자 전략 강화,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시대 준비 속도 붙었다

▲ 토스인사이트가 26일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 지난해 출범한 토스인사이트의 첫 보고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 지급결제시스템 대비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필요하다”며 “은행을 중심으로 도입한 뒤 부작용을 점검해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은행권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쟁점과 신용평가 시사점’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발행자가 아닌 준비금 수탁기관 역할에 머무를 경우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산에 따라 해당 준비금만큼 기존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며 “이는 은행의 수신 기반 축소 및 대출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한다 하더라도 수익성 악화는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면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준비금 운용수익 등을 통해 수익성 저하 폭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며 “하지만 대출로 운용할 수 있는 예금이 줄면서 은행의 전반적 이자수익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한다고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변화의 선두에 서기 위해 국내 은행들이 미리미리 대비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시기의 문제일뿐 국내 금융시장에도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현경 iM증권 이날 ‘신 금융 패러다임: 비트코인, 스테이블 코인 그리고 블록체인의 미래’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패권국의 필연적 흐름”이라며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 논의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