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중앙은행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에 기후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 신청사. <유럽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진은 25일(현지시각) 자체 게시판에 게재한 사설을 통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있어 기후 리스크 반영 여부를 연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신용등급을 판단할 때 어느 정도 기후 리스크를 고려하고 있으나 각국이 받는 실제 경제적 영향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신용등급이란 한 국가의 정부가 채무를 상환할 능력과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 평가해 매기는 등급이다. 등급이 높을수록 해당 국가의 국가 채권은 안전 자산으로 인식돼 낮은 금리로 국가 정부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한다.
유럽중앙은행 연구진은 신용평가사들은 기후변화가 국가신용등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하는 지표가 너무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태풍, 가뭄, 해수면 상승 등 자연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나타내는 '물리적 리스크'는 크게 반영된 반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자산이나 기술의 가치 하락을 나타내는 '전환 리스크'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같은 편차가 발생하면 자연재해 등 기상 이변에 취약한 저소득 국가들의 등급이 고소득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에 연구진은 "국가신용등급에서 기후 리스크가 과소평가되면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들이 완전히 인지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떠안도록 오도될 수 있다"며 "국가신용등급에 기후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미래에 '자산 가격 재조정'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금융 체계의 다른 부분으로 전이돼 국채를 보유한 은행, 보험사, 기타 금융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산 가격 재조정이란 이전에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던 리스크가 시장에 갑자기 인식되면서 관련 자산이 급격히 재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재평가된 자산은 주로 가치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진은 "통화 정책 운영 과정에서 국채를 담보로 사용할 때 중앙은행들이 사용하는 신용등급에 기후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기후 충격에 더 취약한 자산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반대로 효과적인 적응 및 완화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