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 집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도 대비 2.0% 감소에 그렸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1일 기후 연구단체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소 조기 퇴출, 대체 냉매 도입 등 특단의 조치들이 단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20일 "2024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억9158만 톤으로 잠정집계됐다"며 "이는 전년도와 비교하면 약 2.0% 감소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2019년 탄소중립 선언을 하면서 2030 NDC를 2018년 대비 40%로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환경부 온실가스 잡정 집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감축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9389만 톤으로 2018년과 비교하면 11.8% 감소한 것에 그쳤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같은 6년인데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양은 2억200만 톤으로 두 배가 넘는다. 환경부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3.6%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발표했으나 실상은 이보다 더 큰 성과를 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선형감축경로를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 배출량과 비교해 2025년부터 매년 약 5% 이상 감축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부 발표는 2028년부터 배출량 감축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을 가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6년 동안 기록된 감축 경향을 고려하면 환경부의 이와 같은 가정은 비현실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공식집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3.6% 이상 감축 성과가 있었던 해는 코로나19로 경기 침체를 겪은 2020년 한 해(6.1%)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시기였던 2021년에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대했을 것으로 보이는 감축 성과가 계속 증가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기후 연구단체는 정부의 이전 감축 노력들은 효과적이지 못했던 점을 들어 이재명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을 잇달아 내놨다.
이번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보면 가장 배출량 감소가 컸던 분야는 전환 부문이었다. 전력 사용량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배출량이 5.4% 줄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8.6%, 원자력 발전량이 4.6% 증가한 효과를 본 것이다.
이에 한가희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팀장은 "정부가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한 해법은 분명하다"며 "석탄발전소 퇴출을 2035년으로 앞당기고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두 배 이상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환 부문과 달리 산업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해 2030 NDC를 저해하는 주요 분야로 지목됐다.

▲ 석유화학산업 인프라가 밀집된 여수 산업단지 모습. <여수시>
이들 분야는 저조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배출량을 계속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산업계의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며 "배출권거래제 강화와 혁신기술 연구개발 지원 등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불화탄소(HFCs) 냉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도 산업부문의 감축을 저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HFCs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 3340만 톤에서 2024년 3500만톤으로 약 4.8% 증가했다.
냉매는 냉각 장비에 충전돼 지속적으로 사용된다는 특성 때문에 장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냉각 장비에 사용되는 냉매 종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단기간 내에 감축이 어렵다.
박범철 기후솔루션 HFC팀 연구원은 "HFCs 배출은 업종별로 따지면 정유 산업 다음으로 증가량이 커 산업부문 4위를 차지한다"며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냉매매로 대체가 지연된다면 NDC 달성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2030 NDC에 이어 차기 기후대응 계획인 '2035 NDC'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2035 NDC도 실질적으로 지켜질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팀장은 "이번 배출량 통계는 현 정부의 감축 속도가 목표와 크게 괴리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기후대응 강화와 산업 경쟁력 회복은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 정책 이행으로만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