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은행권 금융지주회사들과 달리 명확한 오너가 존재하는 기업이다. 범 동원그룹 일가인 김남구 회장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그룹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범동원그룹 일가인 김남구 회장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경영 전반을 직접 챙기며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 오너 있는 금융지주회사, 일반 금융지주사와 지배구조 다르게 봐야 하는 이유
이러한 점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는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다소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대다수 금융지주가 ‘주인 없는 회사’로 분류되는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명확한 책임 주체가 존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등의 선임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구성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임추위에는 오랜 세월 한국투자금융그룹에 몸담아온 오태균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그리고 김남구 회장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주인 없는 금융지주라면 ‘셀프 연임’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다.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인만큼 김남구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있는 것이 오히려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쪽에서는 오너경영이라는 점을 고려하고서라도 지배구조 측면에서 김남구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새롭게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투자금융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선, 특히 이사회의 투명성 개선 작업이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사외이사 참여 많은 독립적 이사회 구조, 보상위원회에 사내이사 참여는 글쎄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김남구 회장, 오태균 사장 2명만이 사내이사고 나머지 5명은 사외이사다. 사외이사의 수만 놓고 봤을 때는 독립성이 확보되어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사회의 실질적 운영과 세부 위원회 구성으로 시선을 옮기면 문제의 양상이 달라진다.
오태균 사장은 감사위원회와 내부통제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위원회(경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경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이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경영진이 보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진의 보수 등 자신의 보상을 결정하는 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5대금융지주 가운데 사내이사가 보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는 한 곳도 없으며 모두 전원 사외이사, 혹은 비상임이사로 운영되고 있다.
◆ 사외이사 전문성의 편중과 공백, ESG 노무 IT 전문가의 부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회의 다양성은 열린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무비판적인 집단사고에 의한 의사결정을 방지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의 한 축인 셈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사외이사 5명은 회계, 문화콘텐츠, 경영기획, 금융, 광고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ESG, 노무·인사, IT 분야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흠집으로 볼 수도 있다.
ESG와 노무·인사 분야 전문가의 부재는 금융회사로서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IT 전문가의 부재는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금융환경 속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 문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
김남구 회장은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11번째 연임 중이며, 한국투자증권 이사회 의장도 19번째 연임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경영진과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원칙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신한, KB, 하나, 우리, iM, BNK, JB, 한국투자, 메리츠금융지주) 가운데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사례는 한국투자금융지주밖에 없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오너’가 있는 금융지주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이사회 의장은 이상훈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서도 오너 및 CEO의 이사회 의장 겸임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 책임경영과 견제장치의 균형 필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오너가 있는 금융사라는 특수성 속에서 김 회장이 직접 이사회와 경영 전반에 참여함으로써 명확한 책임과 방향성을 갖고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는 다른 금융지주회사들과 비교해 한국투자금융지주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조와 위원회 운영 방식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분리는 최근 금융지주가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준수율이 늘어나고 있는 문제인만큼 오너가 있는 금융지주라는 것이 완벽한 면죄부가 되기는 힘들다”라며 “책임경영과 견제장치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관계자는 "김남구 회장은 단순히 오너가 아니라 한국투자증권 최고의 금융 전문가이기도 하다"라며 "과거 임기 동안 선임사외이사와 협조하여 원활하게 이사회를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