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한국조선해양이 오는 9월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중대형급 유조선 건조 시작을 알리는 행사를 연다. 

회사는 해외 생산거점 확대 일환으로 수빅조선소를 낙점, 최근 5억5천만 달러(약 7640억 원) 투자를 결정하고 조선소 내 생산설비를 재정비해왔다.
 
HD현대 필리핀 수빅조선소 투자 확대, 정기선 한진중공업 실패 딛고 동남아 생산거점으로 키운다 

▲ HD현대 그룹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오는 9월부터 중형 유조선 건조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은 수빅조선소 전경. < HD현대 >


회사가 성공적으로 K조선의 생산역량을 이식, 수빅조선소를 저렴한 인건비를 갖춘 동남아 조선 거점으로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새 운영 파트너로 HD현대그룹이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진전 재단 소속의 루시오 블랑코 피톨로 연구원은 지난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수빅 조선소의 소유주인 사모펀드 세베루스캐피털은 조선업 경험이 부족해 HD현대그룹 등의 산업적 제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수빅조선소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km 떨어진 부지면적 총 300만㎡의 조선소다. 앞서 2008년 한진중공업이 약 2조 원을 투자해 조성한 조선소이지만, 2019년 한진중공업의 경영악화로 미국 사모펀드 세베루스캐피털에 매각됐다. 

HD현대중공업은 수빅 조선소 부지 가운데 200만㎡(200헥타르)를 2023년 11월 세베르스캐피털 측으로부터 임차, 동남아 선박 생산거점으로 활용해왔다.

필리핀 정부는 2024년 2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승인한 해양산업개발계획2028(MIDP 2028)에 따라 자국 조선·해운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또 주무관청인 해양산업청(MARIN)은 현지시각 지난 8월16일 ‘조선·선박수리 개발법’, ‘조선·선박수리 재정적 인센티브법’ 등 조선업 육성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베루스 측도 2022년 4천만 달러(556억 원)에 이어 지난 7월 2억5천만 달러(약 3500억 원) 추가 투자를 밝히는 등 수빅조선소 사업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HD현대 필리핀 수빅조선소 투자 확대, 정기선 한진중공업 실패 딛고 동남아 생산거점으로 키운다 

▲ HD현대 그룹은 인력 7000여 명 양성을 목표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용접공을 비롯한 다양한 직종의 인력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2024년 10월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


현재 HD현대그룹은 수빅 조선소에 인력 총 35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용접공을 비롯한 다양한 직종의 인력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 인력 확보 목표는 7000여 명으로, 그룹은 향후 연간 10척의 중형 유조선을 만들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그룹은 수빅 조선소를 HD현대 베트남 조선소와 함께 상대적으로 선박 건조 비용이 낮은 유조선 중심의 조선소로 키워 수주를 늘리고, 수익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근 권오갑 HD현대 회장 등 경영진이 수빅 조선소 현장을 찾아 직접 현지 직원들을 격려한 것도 현지 인력양성과 생산관리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HD현대그룹이 수빅조선소를 성공적 생산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적절한 기술 수준의 인력 확보’를 관건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선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 실패 요인과 관련해 2010년대 조선업 장기 불황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현지 비숙련 노동자들의 낮은 생산성 문제도 컸다고 설명했다. 숙련공 부족으로 수빅 조선소의 납기 지연, 품질 신뢰 하락이라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잦은 노사 갈등과 산재 사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명헌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겸 대한조선학회 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지에서 숙련공과 조선 분야 전문지식을 갖춘 엔지니어 등 인력 확보가 원활하게 될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HD현대 베트남 조선소의 경우 최초 수리용 조선소로 출발해 차츰 인력과 생산역량을 확보하면서 신조선 경쟁력을 쌓아갔다”며 “생산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를 유지하면서 생산능력을 점증적으로 확대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