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롯데GRS가 올해 8년 만의 매출 1조 원대 회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사진)이 일군 노력이 성과로 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리아의 부활과 외식 브랜드 다각화, 글로벌 무대 진출 등 3가지 전략으로 롯데GRS의 전성기를 활짝 연 장본인이 바로 차우철 대표다.
19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GRS는 상반기 매출 5363억 원, 영업이익 369억 원을 냈다. 2024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1.0%, 영업이익은 59.7%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2분기 영업이익 146억 원을 내며 6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매출 1조 원 돌파는 기정사실이다. 지난해 매출 9909억 원을 내면서 매출 1조 원 달성에 실패했는데 올해는 2017년 이후 8년 만의 매출 1조 원대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흐름도 좋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만 보면 올해 영업이익 700억 원대 달성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GRS는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 391억 원을 내면서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1999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GRS의 성과는 롯데지주가 기업설명(IR) 자료에서 발표하는 주요 자회사들의 성적표와 비교해볼 때 더 돋보인다.
롯데웰푸드는 상반기 매출이 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9.6% 줄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 9.9% 빠졌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매출이 10.2%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영업손실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GRS의 덩치가 이들보다 최소 5배 이상 작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형보다 아우가 낫다’는 말이 나오는 데 이유가 있는 셈이다.
롯데GRS의 화려한 부활 스토리에는 차우철 대표의 역할이 빠질 수 없다.
차 대표는 2020년 말 롯데GRS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에 입사해 롯데그룹 정책본부 개선실, 롯데쇼핑 감사 임원,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을 거쳐 처음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차 대표가 주로 감사 분야에서만 이력을 쌓았다는 점을 염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차 대표가 일했던 롯데그룹 정책본부 개선실은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에 대한 비리 감사 업무와 업무 시스템 개선을 담당하는 곳으로 현재는 롯데지주 경영개선실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GRS 부임 전 맡았던 경영개선1팀 역시 경영개선실 산하 조직이다.
차 대표의 전임 대표였던 노일식 전 대표와 남익우 전 대표가 해외사업 전문가와 식품사업 전문가였다는 점도 차 대표와 차이점이다.
하지만 차 대표는 본인의 주특기를 살려 수렁에 빠진 롯데GRS를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롯데리아의 경쟁력 회복부터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는 롯데GRS의 지휘봉을 잡은 뒤 롯데리아 전략을 놓고 ‘브랜드력 강화’와 ‘제품력 및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강화’ 등을 제시했다. 다양한 수제버거 브랜드뿐 아니라 ‘쉐이크쉑’과 ‘슈퍼두퍼’ 등이 해외 유명 버거 브랜드가 한국에 차례로 상륙하면서 롯데리아가 설 자리를 확고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표가 반영된 전략이었다.
차 대표의 지휘 아래 롯데리아가 내놓은 여러 버거들은 맛과 가성비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종 7년 만인 2023년 초 내놨던 전주비빔라이스버거와 2024년 5월 내놓은 오징어얼라이브버거 등은 원래 한정 기간만 판매하려고 했으나 소비자 반응이 워낙 좋아 재출시하거나 정식 메뉴로 승격했을 정도다.
올해 초에는 2024년 하반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권성준 셰프와 협업한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차 대표가 확장을 시도한 외식 브랜드만 하더라도 샌드위치 ‘파머스박스’, 디저트 ‘쇼콜라팔레트’, 함박 스테이크 ‘두투머스함박’, 일본식 라멘 ‘무쿄쿠’ 등 여러 개다. 최근에는 공항에서만 운영했던 카페 ‘빌라드샬롯’의 새 매장을 예술의전당에도 냈다.

▲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가운데)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시티 롯데리아 미국 1호점 개장 행사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차우철 인스타그램 갈무리>
롯데리아는 최근 미국에 1호점을 냈다.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통하기 힘들 수 있다는 세간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차 대표는 3년이 넘는 시간 공을 들여 미국에 롯데리아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차 대표는 직접 미국 매장 오픈식에 참석한 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남겨 “이번 1호점 오픈은 단순한 점포 오픈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현지에서 마음으로 느꼈다”며 “미국에서 또 다른 감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차 대표는 롯데리아의 동남아시아 진출 국가 확대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GRS는 5일 말레이시아 세라이그룹과 롯데리아의 전략적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는데 앞으로 5년 안에 현지 매장을 30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롯데리아는 현재 태국과 미얀마와 라오스, 몽골 등에 진출해 있다. 베트남에서는 명실상부 1위 프랜차이즈이기도 하다. 1998년 롯데리아 베트남 1호점 문을 연 뒤 2011년 100호점, 2014년 200호점을 돌파했고 현재 기준 매장 258개를 운영하고 있다.
차 대표가 롯데GRS를 이끌며 낸 성과는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GRS는 차 대표 체제에 들어선 다음해인 2021년 영업손실이 오히려 늘어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 때문에 차 대표가 경질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돌았지만 신동빈 회장은 그를 중용했고 차 대표는 2022년 롯데GRS를 흑자로 돌려세우며 신 회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차 대표는 2023년 말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는 호실적을 이끌어낸 데 대한 신 회장의 답례라는 평가가 롯데그룹 안팎에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