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수출통제 '역풍' 커진다, 미국 에너지부도 자국 공급망 구축 지원

▲ 중국 시진핑 정부가 희토류와 광물 소재를 무기화하는 수출 통제 전략에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장기간 이어질수록 전 세계적으로 대안 확보에 속도가 붙어 중국에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 위치한 희토류 광산.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수출 통제로 희토류 및 희귀광물 소재를 무기화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무역과 외교 분야에서 중요한 협상카드로 떠올랐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장기화되며 전 세계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에 속도가 붙고 있어 수 년 안에 강력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희토류를 효과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충분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희토류 및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수출 통제 정책을 도입했다. 이를 다른 국가와 무역 및 외교 협상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공급 물량의 약 90%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광물 소재도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 사례가 많아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차지하고 있다.

희토류와 희귀광물 소재는 자동차와 반도체, 항공기 및 군사무기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따라서 중국의 수출 통제는 전 세계 주요 산업에 큰 리스크로 떠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조치는 중국이 경제적 수단을 정교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첨단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뒤 더욱 강화됐다. 중국은 다른 국가에 반도체 공급망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곧 합의를 통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화하는 대신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고율 수입관세 부과 계획도 연기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정책이 미국과 협상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2010년에도 중국은 일본과 영토 분쟁 과정에서 희토류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일본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에 차질을 빚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전략이 이처럼 장기화될수록 역풍을 맞는 일도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이 앞으로도 전 세계 희토류 및 희귀광물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희토류 수출통제 '역풍' 커진다, 미국 에너지부도 자국 공급망 구축 지원

▲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희토류 채굴장.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지배한 배경은 매장량 또는 뛰어난 정제 기술 때문이 아니다”라며 “관련 산업에서 막대한 규모와 효율적 생산 체계를 갖춰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국가들도 충분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면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 가운데 중국에 위치한 물량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른 광물 소재도 마찬가지다.

희토류와 광물 정제 작업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과 비교하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충분히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이후 광산 투자를 확대하고 물량 비축도 늘린 결과 중국에 의존도를 90%에서 현재 60% 안팎까지 낮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 2030년까지 가동 예정인 새 희토류 광산 프로젝트도 22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과 가장 첨예한 갈등을 벌이는 미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각)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필수로 쓰이는 핵심 광물과 소재의 자국 내 생산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3836억 원) 규모 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은 핵심 소재를 다른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며 “국가 경제 및 안보를 위해 공급망을 자국에 구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BMW와 르노 등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희토류를 재활용하거나 이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모터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점도 중국에 의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전 세계 제조사들이 중국의 수출 통제로 공급망을 정비하는 데 혼란을 겪고 난 뒤 장기적 대안을 마련하게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희토류 및 광물은 현재 중국의 핵심 수출 품목에 포함된다. 시진핑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중국산 소재 수요를 낮춰 자국 경제에 타격을 미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응해 자급체제 마련에 속도를 내 왔다”며 “이는 다른 국가의 희토류 공급망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