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
![[초격차 스타트업] 히츠 대표 김우연 "구글은 항공모함, 우리는 보트 연합전선으로 길을 찾는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13154746_148977.jpg)
▲ 김우연 히츠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김우연 히츠 대표이사(카이스트 교수)는 ‘AI 신약개발 플랫폼’이라는 화려한 간판 뒤에 숨겨진 냉혹한 현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는 “국내 제약사 상당수가 AI 플랫폼을 보유했다고 홍보하지만, 기술적 깊이와 실제 구현 역량을 갖춘 경우는 많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히츠는 AI 기반 신약개발 분야에서 국내 선두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가 최우수 인재 35명으로 고군분투하는 영역을, 5명만으로 완성된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하기 어렵죠.”
히츠의 전략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스위스·미국 등의 특화 스타트업과 글로벌 제약사들을 묶는 ‘연합 전선’이 핵심이다.
“우리는 항공모함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목표를 가진 작은 기업들이 힘을 합치면, 글로벌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히츠는 올해 스위스 소재 스타트업, 바젤대 약대와 공동으로 AI 설계-머신 합성-바이오 실험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양국 정부 R&D 과제에 선정돼 3년간 고도화를 진행하며, AI가 설계한 분자를 클릭 한 번으로 합성 주문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현할 계획이다.
미국 이몰레큘즈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도 협업해 해외 세일즈와 마케팅을 분담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100명의 영업조직을 꾸릴 수는 없습니다. 대신 각국에서 잘하는 회사와 손잡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는 AI 신약개발의 속도를 둘러싼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챗GPT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알파폴드가 논문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도 2018년이지만, 실제 파급력은 2022년 이후에야 나타났다.
“AI 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입니다.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10년을 버틸 준비를 하고, 기회가 왔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게 맞습니다.”
![[초격차 스타트업] 히츠 대표 김우연 "구글은 항공모함, 우리는 보트 연합전선으로 길을 찾는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13154918_148272.jpg)
▲ 김우연 히츠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20세기 산업의 정점이 화학과 물리였다면, 21세기는 바이오입니다. 그런데 바이오는 AI 없이는 풀 수 없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죠. 인류의 기대 수명이 늘면서 질병, 노화, 치매 같은 문제 해결이 가장 큰 산업이 될 것입니다.”
그의 창업 철학은 ‘딥테크의 산업화’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단기 수익을 노리는 B2C 서비스나 게임 개발이 아닌, 문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술 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 명 중 한 명이 될 인재라면, 가족만 먹여 살릴 직업이 아니라 국가 GDP를 올리는 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속도전’ 문화에도 경고를 보냈다.
“처음 투자 받았다고 무리하게 인력을 확충하면, 고정비 부담과 조직 문화 붕괴로 경제가 어려울 때 쉽게 무너집니다. 산업과 기술이 성숙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하는 게 먼저입니다.”
향후 10년 뒤 그는 히츠를 글로벌 무대에서 인식되는 바이오 분야의 대표 IT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딥테크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혁신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실험실과 신약 파이프라인 없이도, AI와 IT 기술로 글로벌 제약사의 필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산업 전환기의 변화를 역사적 흐름에 빗대 설명했다.
“국가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때는 반드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AI와 바이오의 결합이 21세기의 새로운 시스템이 될 겁니다. 우리는 그 흐름 안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겠습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