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과 미국이 수입관세율을 15%로 조정하는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린 조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의 대가로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기금 조성을 약속했다. 자연히 한국 기업들의 역할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는 15% 관세가 대미 무역에 '뉴 노멀'로 자리잡은 지금 주요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과제와 대응 전략, 기회 요인들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한미 관세협상 타결, 한국은행 이창용 거시정책 운용 한숨 돌렸다
② 삼성전자 반도체 품목관세 아직 남았다, 이재용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중
③ 3500억 펀드의 핵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차기 수장 인선 더 중요해졌다
④ LG전자 한미 15% 상호관세에 가전사업 기대감, 중국보다 가격 ‘상대우위’ 가져간다
⑤ 김동관 한화솔루션 미국 새 관세 체제에 기대감, 중국산 태양광 빈자리 노린다
⑥ 수출강자 삼양식품에 드리운 그림자, 김정수 불닭볶음면 미국에서 더 비싸게 파나
⑦ 현대차그룹 '관세 폭탄' 직면, 정의선 현지화 전략 강화로 정면 돌파 나선다
⑧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직면한 가스공사, 위기 혹은 기회
⑨미국 투자 확대하는 SK, 최태원 에너지·AI·반도체서 새 사업기회 엿본다
⑩ 대상 영업이익 2천억 시대 관문에 복병 만나, 임세령·임상민 자매의 결단은

 
[관세 15% 시대] 3500억 펀드의 핵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차기 수장 인선 더 중요해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7월30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기념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백악관 엑스 계정>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투자를 위한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상호관세 15% 합의를 이끌어냈다.

원화로 약 487조 원, 2025년 한국 국가 총지출 예산 677조 원의 71.4%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투입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대미 투자펀드 재원 조달과 프로젝트 구성 등 실질적 운영에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국책은행 차기 수장 인선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12일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협상의 핵심인 대미 투자펀드 세부 내용 협의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관세 협상 및 경제분야와 관련해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제조업분야를 포함 경제협력과 첨단기술, 핵심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미 투자펀드는 한국과 미국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2천억 달러는 미국 산업분야에 투자한다는 큰 얼개만 구성돼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2천억 달러가 투입될 산업분야와 프로젝트, 한국과 미국의 참여 방식과 이익 배분 등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면 펀드 조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나서야 할 단계다.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재원 조달과 관련해 주로 ‘캐피탈콜’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피탈콜은 출자금을 일시에 납입하는 것이 아니라 약정한도 안에서 요구가 있을 때마다 확보하는 것이다.

각 투자 프로젝트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와 관련된 민간자금 유치, 지분투자 등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직접투자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역할이 더욱 커진다.

정부는 이미 직접투자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대출과 보증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과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 대신 지불하기로 한 비용(투자 등) 3500억 달러 투자펀드는 필요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는지가 쟁점”이라며 “기본적으로 공적금융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바탕으로 펀드가 조성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15% 시대] 3500억 펀드의 핵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차기 수장 인선 더 중요해졌다

▲ 한미 정상회담 날짜가 25일로 결정되면서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할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차기 수장 인선이 더 시급해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미 투자펀드는 국내 기업의 참여 등 운영방식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투자펀드 규모가 올해 한국 총지출의 71.4%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국가 산업과 통상, 경제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서도 미국 투자를 통해 발생할 수익 배분에 관한 논란 등이 불거지자 “무조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1500억 달러 마스가 프로젝트만 해도 미국 군한 건조사업 등에 한국 기업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애초 국내 주요 산업 육성과 국내 기업의 수출 지원을 핵심 업무로 하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의 국가적 투자펀드 조성과 운영을 담당하게 될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리더십 공백에 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둘 다 수장이 공석이다. 

산업은행은 6월 강석훈 회장이 퇴임한 뒤 2개월여 동안, 수출입은행도 윤희성 행장이 임기를 마친 7월 말부터 직무대행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물론 여러 유관기관들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고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직무대행체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차기 수장 인선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모두 얽혀있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에 관한 논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13일 열리는 국정기획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도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일단 금융당국 개편이 마무리되고 이재명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이 정해져야 후임 인선 작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장도 금융 조직개편 논의 중심에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이 필요한 자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 국정위 보고는 7월 말 끝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정부 결정이 남아있어 방안이 확정된 뒤 금융기관장 인사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