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넥스트레이드의 약진에 다급함을 느낀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두 거래소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거래시간 확대가 투자자들의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미국 사례에서처럼 투기적 거래 기승이란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한 증권사 의견 취합을 지난주에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을 총 12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현재 추진하고 있다. 가령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프리, 애프터마켓 포함)로 하는 식이다.
넥스트레이드의 급성장에 거래소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8일 하루 동안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은 2억1274만 주로 거래소의 약 18% 수준에 달했다. 거래대금으로 보면 8조7760억 원으로 거래소의 53%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올 초 출범한 넥스트레이드의 현행 거래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로, 한국거래소보다 5시간 더 많다는 이점을 이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대체거래소(ATS)의 도입은 거래소 간 경쟁을 촉발해 투자자들에게 이득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넥스트레이드 도입 1년 전인 2024년 3월부터 2025년 6월13일까지의 기간을 바탕으로 주요 시장 변수를 통제분석한 결과, 넥스트레이드 도입으로 우리나라 전체 증시 거래대금이 약 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ATS 도입으로 시장 유동성 제고 및 거래 활성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며, 시장 전체의 효율성과 거래기반 확대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을 위해 거래수수료를 인하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광경이 펼쳐졌다. 찰스슈왑, 로빈후드와 같은 대체거래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미국 투자자들은 24시간 동안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투기적 거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증시에서 ‘DORK’라고 불리는 일련의 밈(Meme) 주식이 대표사례다. 크리스피크림(Krispy Kreme, 티커명 DNUT), 오픈도어(Opendoor), 로켓컴퍼니스(Rocket Companies), 콜스(Khol’s) 네 종목의 이름이나 티커명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들은 실적이 딱히 우수하지 않지만 주가가 높아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많이 설정해뒀다. 개인투자자들은 숏스퀴즈를 노리고 주식을 더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현지에서는 2021년 투기 장세에서 게임스탑 사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숏스퀴즈란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공매도 청산 압력이 강해지면서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비단 밈주식 뿐 아니라 동전주나 주가과열인 주식에 대한 투기적 거래도 현재 미국에선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같은 투기적 거래의 강도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이나 2021년 유동성 장세와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투기적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전체 거래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0년대 평균(10~16%)보다 높으며 2021년(24%)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투기성이 짙은 제로데이옵션 상품의 올해 2분기 거래량도 전년 대비 50% 급증한 210만 건으로 집계됐다. CBOE는 이 가운데 절반을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AQR 자산운용의 창립자 클리프 아스네스(Cliff Asness)는 “주식거래가 마치 스마트폰 게임처럼 24시간 가능해짐에 따라 투기적 거래가 늘어났다”며 “이에 시장 효율성이 저해되는 중”이라 평가했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도 지나친 투기성향으로 지적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국내투자자들은 미국증시로 옮겨가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사들였는데,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오징어게임 보는 것 같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종합하면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거래시간이 늘어나고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투기적 거래가 불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 도입으로 거래시간이 확대되자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는 모습이 이미 일정 정도 관찰된다”며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가 이같은 현상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거래시간 확대가 투자자들의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미국 사례에서처럼 투기적 거래 기승이란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넥스트레이트가 약진하자 한국거래소도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한 증권사 의견 취합을 지난주에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을 총 12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현재 추진하고 있다. 가령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프리, 애프터마켓 포함)로 하는 식이다.
넥스트레이드의 급성장에 거래소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8일 하루 동안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은 2억1274만 주로 거래소의 약 18% 수준에 달했다. 거래대금으로 보면 8조7760억 원으로 거래소의 53%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올 초 출범한 넥스트레이드의 현행 거래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로, 한국거래소보다 5시간 더 많다는 이점을 이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넥스트레이드와 같은 대체거래소(ATS)의 도입은 거래소 간 경쟁을 촉발해 투자자들에게 이득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넥스트레이드 도입 1년 전인 2024년 3월부터 2025년 6월13일까지의 기간을 바탕으로 주요 시장 변수를 통제분석한 결과, 넥스트레이드 도입으로 우리나라 전체 증시 거래대금이 약 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ATS 도입으로 시장 유동성 제고 및 거래 활성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며, 시장 전체의 효율성과 거래기반 확대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을 위해 거래수수료를 인하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광경이 펼쳐졌다. 찰스슈왑, 로빈후드와 같은 대체거래 플랫폼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미국 투자자들은 24시간 동안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 게임스탑은 미국에서 밈주식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대표 종목이다.
그런데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투기적 거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증시에서 ‘DORK’라고 불리는 일련의 밈(Meme) 주식이 대표사례다. 크리스피크림(Krispy Kreme, 티커명 DNUT), 오픈도어(Opendoor), 로켓컴퍼니스(Rocket Companies), 콜스(Khol’s) 네 종목의 이름이나 티커명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들은 실적이 딱히 우수하지 않지만 주가가 높아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많이 설정해뒀다. 개인투자자들은 숏스퀴즈를 노리고 주식을 더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현지에서는 2021년 투기 장세에서 게임스탑 사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숏스퀴즈란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공매도 청산 압력이 강해지면서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비단 밈주식 뿐 아니라 동전주나 주가과열인 주식에 대한 투기적 거래도 현재 미국에선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같은 투기적 거래의 강도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이나 2021년 유동성 장세와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투기적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전체 거래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0년대 평균(10~16%)보다 높으며 2021년(24%)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투기성이 짙은 제로데이옵션 상품의 올해 2분기 거래량도 전년 대비 50% 급증한 210만 건으로 집계됐다. CBOE는 이 가운데 절반을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AQR 자산운용의 창립자 클리프 아스네스(Cliff Asness)는 “주식거래가 마치 스마트폰 게임처럼 24시간 가능해짐에 따라 투기적 거래가 늘어났다”며 “이에 시장 효율성이 저해되는 중”이라 평가했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도 지나친 투기성향으로 지적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국내투자자들은 미국증시로 옮겨가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사들였는데,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오징어게임 보는 것 같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종합하면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거래시간이 늘어나고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투기적 거래가 불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 도입으로 거래시간이 확대되자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는 모습이 이미 일정 정도 관찰된다”며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가 이같은 현상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