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하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이앤씨가 관심을 보여온 송파한양2차 재건축사업에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한 발 앞서 입찰 참여를 공식화하면서다. 비슷한 시기에 개포우성4차 입찰도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정 사장으로서는 '확실한 승리'를 가져다 줄 전장을 고르는데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송파한양2차 재건축 사업을 둔 대형 건설사의 물밑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날 글로벌 구조설계사와 협력을 발표했고 GS건설도 전날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송파한양2차 재건축사업은 서울 송파구 가락로 192 일대 한양2차 아파트를 29층, 1346세대 규모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 추산 공사비는 약 6856억 원(3.3㎡당 790만 원)이다.
송파한양2차 아파트는 2차선 도로 사이에 두고 맞닿은 송파한양1차 아파트와 과거 가락아파트지구로 묶였던 곳으로 송파역 등과 거리는 멀지만 일대에서는 규모가 커 건설사 관심을 받았다. 조합은 지난 11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냈고 입찰마감은 9월4일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송파한양2차 재건축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입찰 참여 결정이 다른 두 건설사보다 늦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1일에는 현장설명회에 참석했고 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창구를 개설해 글로벌 해외 설계사 협업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입찰 참여를 놓고 정 사장의 고민이 길어지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는 일반적으로 본입찰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현장설명회 참석과 사업지 버스정류장 광고판 조성 등을 도시정비영업 차원에서 진행한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도시정비업계에서 입찰 참여 확정이 늦어지면 본입찰에 돌입했을 때 사업을 대하는 태도 등을 놓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 송파 한양2차 아파트는 과거 가락아파트지구에 속했지만 서울시 계획 변경으로 1차 아파트와 따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2차 아파트 대비 송파나루역이나 석촌역이 가까운 1차 아파트는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이앤씨 연결 부채비율은 3월말 116.8%로 HDC현대산업개발(148.6%)이나 GS건설(256%)과 차이가 크다. 회사채 신용등급도 ‘A+’로 ‘A’의 HDC현대산업개발·GS건설 대비 높다.
포스코이앤씨도 그동안 수주전에서 높은 신용등급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건설사가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면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조합에 유리한 금융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그동안 포스코이앤씨의 서울 핵심지 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브랜드 경쟁력 문제도 하반기에는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이앤씨 최상급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는 2022년 출범했다. 이전까지 오티에르가 준공된 곳이 없었지만 10월에는 첫 단지 ‘오티에르 반포’가 준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파한양2차 등 조합원들에 오티에르 실물 단지를 제시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올해 초 경기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를 겪은 영향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정 사장에게 부담이다.
신안산선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조사기간을 9월14일까지 연장했다. 사고비용 처리 부담이 존재하는 가운데 지역을 중심으로는 포스코이앤씨가 사고에 따른 주민 이주 보상에 미온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종상 경기도의원은 지난 16일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주민들은 시공사가 이주 대책 마련과 피해보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본다”며 “하루빨리 이 분들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 피해보상을 해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주민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절차에 따라 대책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 사장도 수 차례 본인 명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고 뒤 대응을 이어오고 있다.
정 사장은 송파한양2차와 입찰 진행 시기가 개포우성4차 재건축사업의 입찰 시기와도 겹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쟁 수주 자체가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각 건설사들이 선별수주를 내세우며 주요 사업지를 선택해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만큼 포스코이씨 역시 한 군데라도 확실하게 수주에 성공하려면 수주 역략을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개포우성4차 역시 만만치 않은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개포우성4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17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9월9일 입찰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포스코이앤씨를 포함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으로서는 송파와 강남 등 핵심지에서 경쟁을 감수하고 수주 성공 가능성을 고려해 경쟁상대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송파한양2차 입찰에 참여해 3파전이 성사되는 데 따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도시정비 수주에서 3파전 성사는 워낙 드문 일인 만큼 판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3파전 사례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이 격돌한 2017년 과천주공1단지 수주전이 꼽힌다. 당시 업계 위상 등을 고려하면 현대건설 우세를 점쳐졌지만 대우건설이 근소한 차이로 시공권을 따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올해가 사실상의 임기 첫 해인만큼 도시정비 순위 경쟁도 의식해 하반기 수주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그룹이 전중선 전 대표를 취임 9달 만에 교체할 정도로 포스코이앤씨의 반등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정 사장은 올해 가시적 성과를 낼 필요성이 크다.
정 사장은 취임 뒤 성남 은행주공에서 두산건설을 상대로는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용산정비창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고배를 마셨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5조302억 원어치를 수주하며 업계 3위에 올라 있다. GS건설은 4조1522억 원으로 포스코이앤씨를 맹추격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송파한양2차 아파트는 개포우성4차, 성수전략정비구역 2구역 등과 함께 계속해서 입찰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오티에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