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상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 속에 멈췄던 국회 입법 기능이 복원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법 개정안 통과에 코스피 연고점 넘었다, 3년 만의 '여야 정치 복원'에 '증시 청신호'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한 뒤 취재진에게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른바 '3% 룰'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재석 272인 가운데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됐다.

3% 룰은 기업 감사나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내이사인 감사위원뿐 아니라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를 초과하면 의결권을 제한받게 된다. 

이는 기업 경영에 대한 최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한 것인데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정부 들어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첫 번째 법안으로 기록됐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날인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한 끝에 합의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여야 합의에 따른 개정안 통과를 두고 '정치 복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의 반복되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국민의힘의 반대로 표류를 거듭했다. 

일단 국민의힘의 처지가 달라진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정권 교체로 더 이상 대통령 거부권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들어 코스피지수가 3년6개월 만에 3천 선을 회복하며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소액주주의 눈총이 더욱 매서워진 것이다.

민주당은 새로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보다 강력한 법안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3%룰에 합의를 해줬고, 민주당은 집중투표제 등을 양보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여대야소'를 이용한 일방독주가 아닌 '협치'로 1호 민생법안을 타결시켰다는 정치적 성과를 냈다. 국민의힘은 재계의 반발이 컸던 집중투표제 처리를 미루며 실리를 챙겼다.

민주당이 그동안 함께 추진해온 집중투표제 및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혹은 전원'으로 확대하는 부분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번 개정안에서 빠졌다. 이는 향후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거친 뒤 여야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안 통과에 코스피 연고점 넘었다, 3년 만의 '여야 정치 복원'에 '증시 청신호'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일단 주식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증권 업계에서 나온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이번 조치가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 약점 가운데 하나였던 '불투명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6월9일 "한국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지배구조 불투명성, 소액주주 보호장치 미흡 등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고착화돼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한국 주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기대하며 구조적 변화가 이뤄진다면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기업 평가 가치)은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은 한국 주식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을 가속할 전망"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구조적 변화와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 특히 재계는 상법 개정 이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공동 입장문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의 조성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 룰' 강화로 투기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개정안 통과 이후 당장의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34%(41.21포인트) 오른 3116.27에서 장을 마감하며 연고점을 다시 썼다.

앞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이재명 정부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코스피 5천 시대'를 열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민주당도 이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6월23일 '코스피 5000 위원회'를 정식 출범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윤석열 정부 말기 2천 초반대에서 횡보하던 흐름을 벗어나 3일 현재 3천 초반대까지 반등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기술주도 성장이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성장의 핵심 플랫폼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 5천 시대'를 준비하겠다"며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우리 국민이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확보해 이를 통해 국부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