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투어와 특보단 구성 등 당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당대표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안 의원이 차기 당대표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혁신 이미지를 앞세운 안 의원의 행보에 친윤(친윤석열)계와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철수 국힘 당권 도전 몸풀기, '한동훈 불출마' 가능성에 차기 당대표로 부상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안 의원은 차기 당권을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안 의원은 전국 민심 투어에 돌입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첫 방문지로 18일 대구를 찾았고 이후 부산과 대전 등도 차례로 찾을 계획을 세웠다.

안 의원은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 민심 청취를 위한 '철수형은 듣고 싶어서'라는 이름의 '토크 버스킹' 행사도 진행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향후 정치적 계획부터 공부법, 아이큐, 인공지능(AI) 산업의 미래, 휴가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약 1시간 동안 시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시민들과 가까이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저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드리고 싶었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전국 어디선가 깜짝 등장해 소통의 시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8월 중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4선 이상·3선 중진 의원 간담회를 끝낸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17일 초·재선 의원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은 8월 중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18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를 이끌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먼저 국민께 사과드리고 어떤 이유로 대선에서 패배했는지 철저히 성찰하고 그걸 기반으로 국민이 원하는 혁신을 하는 것이 당이 우선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와 별도로 안 의원은 전당대회 대비용으로 해석되는 특보단도 구성했다. 안 의원이 자체 조직을 정비하면서 당권 행보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는 19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특보단 위촉실을 열고 실무형 특별보좌관 8명 공식 임명하며 "앞으로 특보단과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고 국민이 공감하는 실용적 정책과 미래 개혁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의원이 본격적인 당권 행보에 나서고 있는 반면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평가받던 한동훈 전 대표 쪽에서는 오히려 출마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안철수 국힘 당권 도전 몸풀기, '한동훈 불출마' 가능성에 차기 당대표로 부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5월29일 광주 동구 창업지원센터 4층 회의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여전히 친윤계가 원내대표직과 당권을 잡고 있다는 점과 내년 6월 초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이 당대표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한 전 대표 출마에 대한 의견이 5대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지만 아직까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니까 한 전 대표가 나와 당을 이끌기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일각에선 나오면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다음 당대표 자리는 어려운 자리고 그 무게가 굉장히 무겁기 때문"이라며 "안 좋은 지형에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패배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렇게 되면 그 책임은 당대표가 지게 되는데 한 전 대표가 당대표로 나와서 지선을 질 경우 또 당대표직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출마를 하지 않는다면 안 의원이 당대표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한 전 대표와 안 의원 모두 이른바 '찬탄'(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며 당내 지지층이 일정 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 그 지지층의 상당수가 안 의원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 점 역시 이번 당권 도전에 있어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경쟁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 전 대표 등과 달리 안 의원은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일찌감치 통합 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안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김문수 전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면서 당 안팎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김기흥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6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요즘 (당 안팎에서 당대표로) 언급되는 분들 중 안철수 의원 이름이 나온다"며 "비록 당시 대선 후보로 1등 후보는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그의 약점인 '당내 세력 부족'을 지적하기도 한다. 안 의원은 중요한 국면에서 당론보다 자신의 판단과 신념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당내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됐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내세울 '간판급 스타'가 없는 친윤계가 당내 세력이 약한 안 의원과 손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친윤계의 장점인 강력한 '세'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양쪽이 서로 부족한 지점을 채워줄 수 있다.

강성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9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친윤계 같은 경우는 최근에 안철수 의원과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다"며 "또 안철수의 재발견이라는 당내에 새로운 좋은 이미지도 구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양쪽의 공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한동훈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찬탄파' 중에선 안철수 의원이 가장 유력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 의원과 친윤과의 공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손 잡게 될 경우 안철수의 '혁신·쇄신' 이미지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