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답보상태에 빠진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 수주에 사활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 사업비 7조8천억 원의 사업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하는 가운데 이번 KDDX 사업 수주 여부가 향후 국내외 해양 방산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자 선정 방식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에 낙찰 가능성이 높은 ‘수의계약’ 방식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방산·조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여전히 수의계약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구축함 6척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7조8천억 원에 이른다. 현재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며 표류하고 있다.

사업 수주를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합이 그동안 과열 양상을 띠었는데,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결국 사업 진행을 중단했다. 

국회 국방정책조정위원장인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24일 “정권 말기 특정 업체 밀어주기 방산 게이트가 의심된다”며 “방사청이 올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로 구축함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 두 곳을 지정하고, 경쟁 입찰을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음에도 정권 말기에 이르자 국방부가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방사청 측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 추진 방안 점검과 국회 설명을 거친 후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KDDX 사업 추진을 새정부로 넘겼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다. 관행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면 낙찰이 유력했으나, 사업자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결과를 알 수 없게 됐다.

사업자를 경쟁 입찰로 선정하면, 전 HD현대중공업 측의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보안 항목 감점에 따라 한화오션이 평가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보안 항목 감점 적용 기간은 오는 11월 만료될 예정이다. 

KDDX 사업 재개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 방위사업청장, KDDX사업 담당 실무라인 인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자를 연내 선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방산업계 관측이다. 

지난 5월28~31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HD현대중공업은 KDDX 사업과 관련해 전기추진체계를 통한 효율적 에너지 관리, 유연한 설계 디자인 기능, 강화된 스텔스 성능을 소개했다. 
 
KDDX 사업은 수주 시 양사의 특수선(해양방산) 사업 부문의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24년 기준 양사의 특수선 사업부문의 매출은 HD현대중공업이 1조1447억 원, 한화오션이 1조527억 원이다.

일각에서는 KDDX 사업 진행을 위해 양사의 공동설계·공동건조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방산·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이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최신 기술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어떤 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되든 신조함에 신기술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울산급 배치-Ⅲ는 선도함을 HD현대중공업이 설계·건조했지만, 후속함은 SK오션플랜트와 한화오션이 각각 3척, 2척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