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첫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요구에 추경 심사를 담당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까지 늦어지면서 추경안이 볼모로 잡힌 형국이다. 
 
이재명 '민생 추경' 막판 변수 부상, 국힘 법사위원장 요구에 민주당 대응 고심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장 추경안을 처리해야 하고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를 신속히 가동해야 한다. 상임위원장 문제를 둘러싼 발목잡기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국민의힘에 원구성 합의와 추경 심사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오후 국회에서 약 1시간30분 가량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 일정과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두 당은 국회 원구성에서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뀐 만큼 행정부 견제를 위해 현재 민주당 몫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타결됐던 원구성에서 삼임위원장 임기 ‘2년’을 보장한 만큼 상임위원장 배분을 바꿀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문제는 원구성 협상이 늦어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첫 추경 심사와 의결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편성한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각 상임위원회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심사 및 의결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추경안이 확정된다.

정부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30조5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오는 23일 국회에 제출한다.

그런데 추경 심사를 위한 국회 예결위도 아직 구성되지 않고 있다. 예결위는 1년 단위로 위원장과 위원이 바뀌는데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았던 박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전임 예결위원들의 임기는 6월 초에 만료됐다.

법사위원장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원구성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 예결위 구성도 계속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상임위원장은 물론 예결위 구성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 초부터 '협치'를 완전히 외면하긴 어렵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어 여야 협상을 이어가려 한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의 첫 추경안을 두고 ‘포률리즘’이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추경안 국회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체 추경의 절반에 달하는 예산이 포퓰리즘적 현금 살포에 투입되는 것”이라며 “이번 추경안은 한마디로 사이비 호텔 경제학의 대국민 실험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추경안 합의 처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2일 여야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는데 추경안 통과 협조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민생 추경' 막판 변수 부상, 국힘 법사위원장 요구에 민주당 대응 고심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여권은 이번 추경이 경제성장률에 최대한 긍정적 효과를 주려면 신속한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고 바라본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실제 효과를 거두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정책시차’가 2~3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경이 올해 3~4분기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선 빠른 집행이 필수적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추경으로 향후 1년간 GDP(국내총생산)를 한 0.2% 올릴 거라고 보고있다”며 “지금 경기 진작 효과를 노리는 건데 너무 늦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추경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해 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추경은 또 타이밍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할 때 내수 진작과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을 하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대선 전 민주당의 협조 속에서 1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걸렸던 시간을 고려하면 여야가 오는 23일 회동에서 국회 원구성 합의를 보더라도 추경안 의결은 빨라야 7월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정부는 4월15일 추경안을 발표했는데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시점은 5월1일로 보름 정도가 걸렸다.

다만 국민의힘도 마냥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추경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다 내수경기 부진이 심각한 만큼 시간을 너무 끌면 ‘발목잡기’라는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5월16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1.1%로 상향 조정한 뒤 “1·2차 추경 편성이 0.3%포인트씩 기존 전망 대비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바클리도 5월30일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로 0.1%포인트 높이면서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를 언급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경기회복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추경을 볼모로 잡은 채 원구성 협상을 더욱 이끌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대선 이후 코스피를 비롯한 경제지수가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민생지원금 15민~50만 원 지급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점도 국민의힘에 부담이다. 

여기에 국회 의석 분포에서 국민의힘의 지나친 ‘시간끌기’는 민주당이 독자적 원구성과 추경 처리에 명분을 실어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도 정책성과를 거둔다면 향후 정국에서 '소수야당'으로서 입지가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김 원내대표가 ‘정치복원’을 거듭 강조해 국민의힘 협조를 배제한 정국운영을 생각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국민의힘도 추경이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비롯한 만남들이 교착상태를 푸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