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교통공사가 직원 건강권 보호 이슈와 노조와 갈등 문제뿐 아니라 무임승차 손실에 따른 영업적자까지 지속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올해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산적한 현안을 풀기 위해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갈등에다 적자도 이어져, 백호 임기 마지막까지 '첩첩산중'

▲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지속되는 노조갈등과 영업적자 뿐만 아니라 직원 건강권 보호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남은 임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혈액암이 발병한 전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환 배치 및 산재보험 신청 지원 등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는 방송통신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최근 전·현직 차량 직군 4천4백여 명을 조사했고 기존에 혈액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6명 외에 5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지난해 확인된 기계직 2명을 더하면 혈액암 발병자가 모두 13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전동차 외관 도장 작업에 사용된 유성페인트와 벤젠 성분이 혈액암 발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직원들의 건강권 보호 뿐만 아니라 만성적자 및 노사 갈등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민주노총, 한국노총, 그리고 올바른 노동조합(MZ노조)까지 세 개의 노조가 각기 다른 세대와 노선, 요구를 대변하며 활동하고 있어 사측으로서는 노사 갈등이 더욱 복잡해진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지난 5월 열린 제8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인건비 증액과 서울교통공사의 기존 경영혁신안 폐기를 골자로 한 활동 방향을 내걸었다.

2021년 서울교통공사는 업무 효율화를 위해 분야별 인력 1108명을 감축하고 비핵심 업무는 자회사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해 431명을 감축한다는 경영혁신안을 내놨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에선 경영 상 어려움을 노동자에만 전가한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교통공사 MZ노조에선 최근 경영진 부패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백호 사장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MZ노조는 백 사장 사퇴, 정부와 서울시의 부패 사안 관련 철저한 감사 및 수사, 서울시의 책임 있는 조치와 사장 해임 등을 요구했다.

MZ노조는 "백호 사장이 취임한 이후 기관 경고, 도덕적 파탄, 조직 기강 와해 등 총체적 부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죄의 영역"이라고 경영진 측을 몰아세웠다. 
 
서울교통공사 노사갈등에다 적자도 이어져, 백호 임기 마지막까지 '첩첩산중'

▲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왼쪽)이 5월15일 무임손실 국비 보전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전달하고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 정책본부장(가운데), 김태균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무임승차 등에 따른 만성적 적자 구조도 서울교통공사로선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도시철도 이용객 수 회복이 지속되고 있고 기본운임이 인상(2023년 10월 150원)됐음에도 2024년 인건비 상승과 서울시 정책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부담 등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의 가파른 증가를 겪고 있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교통복지정책으로 시행됐지만 관련 비용은 운영기관이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구조 탓이다.

최근 5년간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손실 비용은 연평균 5588억 원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손실이 3275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연평균 10%씩 꾸준히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2040년에는 연간 5천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682억 원, 당기순손실 7241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10.56% 상승했으나 당기순손실도 39.98%가량 늘어났다.

또한 부채비율은 2023년 77.3%에서 86.9%로 9.6%포인트 높아졌다. 자본잠식률은 62.9%에서 65.0%로 2.1%포인트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이경숙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부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의 교통 편의와 공공성 확대는 중요하지만 교통공사의 재정 악화가 누적되면 그 부담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중앙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재정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서울교통공사는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을 대표해 무임손실 국비 보전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모두 전달했다.

백호 사장은 공동건의문을 전달하면서 “노인·장애인·유공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이들의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교통복지지만 운영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만으로 이 제도를 지속하는 것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무임승차 제도의 도입 목적과 공적 책임의 관점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백 사장은 조직 역량 강화와 도시교통 분야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2023년 4월 임명됐다. 

백호 사장은 취임하면서 “안전 확보와 재정 위기 등 다양한 현안을 해결해 ‘신뢰받는 지하철’을 만들겠다”고 결의를 다졌으나 다만 사실상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까지도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백 사장은 단국대 행정학과와 미국 콜로라도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간 서울시 언론담당관, 교통기획관 등 주요 보직을 맡으며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광진구청 부구청장, 상수도사업본부장, 도시교통실장(서울시 교통정책 총괄 책임자) 등 다양한 실무 및 관리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적자와 관련해 "곧 지하철 요금 인상이 시행되면 적자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