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재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노선이 가져올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5대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과의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보여준 규제 완화 의지 등은 긍정적이지만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정부 복귀 이후 강화된 관세 압박과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수출 회복과 내수 경기 진작이라는 숙제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반도체, AI, 방산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한국 증시 활성화를 약속했다. 친환경 정책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방향 전환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그룹들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일부는 기대감을 드러냈고, 일부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요 대기업과 재벌그룹이 어떤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정부 정책에 어떤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삼성 이재용 ‘이재명 시대'에 촉각, AI·파운드리 ‘기대’ 상법·노조법 개정은 ‘걱정’
 ② ‘CJ 기회가 온다’ 이재현, ‘문화강국’ 강조한 이재명 수혜로 반전 카드 찾나
 ③ SK 최태원 AI·반도체 ‘질적 성장’ 이재명 지원에 탄력, 해킹사태 부담은 커질 듯
 ④ LG·롯데 석유화학 부진에 그룹 흔들릴 판, 새 정부 구조조정 속도 예의주시
 ⑤ 현대차그룹 이재명 정부서 날개 달까, 전기차 공약부터 트럼프 관세 해결까지
 ⑥ 기대감 커지는 증권시장, 미래 박현주 한투 김남구 메리츠 조정호 선의 경쟁 이어간다
 ⑦ 대통령 ‘픽’ 신성장동력 K방산, 방산 팔색조 한화그룹 김동관 더욱 분주해진다
 ⑧ 이재명 당선에 ‘사면초가’ 처한 포스코, 장인화 수소환원제철에 사활 걸어야
 ⑨ HD현대 정기선 새 정부 출범에 답보상태 KDDX 결론 기대, ‘방산 원탑’ 자존심 걸린 7.8조 사업 주인공은
 ⑩ 도시정비 시장에 공급확대 기대감, 삼성 현대 포스코 GS 대기업 건설사 경쟁 뜨거워진다
[JM노믹스와 재계] LG·롯데 석유화학 부진에 그룹 흔들릴 판, 새 정부 구조조정 속도 예의주시

▲ 충남 서산의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 전경 <서산시>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산업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 롯데 등 석유화학산업의 업황 악화에 고전 중인 그룹으로서는 구조조정, 경쟁력 제고 지원 등 정부 주도의 강도 높은 정책 추진을 놓고 다른 곳보다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17일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3분기 중으로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의 세부적 후속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뒤 석유화학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상반기 중에 후속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6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등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이 이어지면서 산업부의 대책 마련도 미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석유화학 산업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지난 13일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 등 재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며 경제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정부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민생 경제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그 중심에는 여러 경제단체와 주요 기업인들이 계시니 각별히 잘 부탁한다. 많은 협조와 조언, 필요하면 쓴소리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한국의 수출을 책임져 왔던 데다 다른 산업의 소재, 부품 등을 책임지는 파급력 큰 산업인 만큼 업황 악화에 대응한 정부 대책 마련이 절실한 산업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중에 석유화학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약속하며 “석유화학산업을 포함한 한계 산업의 구조 전환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수시갑이 지역구인 주철현 의원이 지난 11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석유화학 산업 살리기에 본격적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석유화학 시업의 시설투자나 연구개발에 세액공제, 과세이연 등 세제 지원에 더해 보조금 지급과 같은 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에 환경, 건축, 에너지 등 분야 관련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를 비롯해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규제에 예외를 인정해 주는 등 내용도 담겼다.
주 의원은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특별법을 근거로 금융,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 종합적 지원책이 시행되고 원활한 사업재편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번 특별법 제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도 하루빨리 회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JM노믹스와 재계] LG·롯데 석유화학 부진에 그룹 흔들릴 판, 새 정부 구조조정 속도 예의주시

▲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 6단체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현재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최근 석유화학 설비의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자급률을 높여 한국산 제품 수요가 급감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더구나 중동 국가와 북미에서 저렴한 원유와 셰일가스를 활용해 저렴한 에탄 기반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면서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기초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은 원가경쟁력에서 열위에 서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맏형으로 꼽히는 LG화학은 올해 1분기에 석유화학 부문에서 565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889억 원,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에서 9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는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 상황도 LG화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2분기에도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등 한동안 부진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각각 LG그룹과 롯데그룹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요 계열사였던 만큼 이들 기업의 실적 부진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만을 기다리기에는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급박한 만큼 기업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에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대산 지역에 보유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계에서 설비 통폐합 및 기초소재 사업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일본의 NCC에서도 관측되고 있다”며 “설비 구조조정을 통한 투자 합리화 및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시작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효과가 가시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