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HL그룹 계열사와 오너 정몽원 두 딸 사모펀드의 '수상한' 거래, 승계자금 편법 마련인가](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6/20250615094607_53053.jpg)
▲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승계작업에 언제 본격적으로 착수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HL그룹 >
HL홀딩스가 로터스PE에서 투자한 펀드에 약 2170억 원의 거액을 우회출자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승계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HL그룹 계열사 로터스PE 출자와 투자실적 부진
로터스PE는 2020년 11월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두 딸, 정지연씨와 정지수 상무보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출범했다.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는 10만 주이고 1주당 금액은 5천 원으로 자본금은 5억 원이다.
로터스PE가 운용하는 5개 펀드의 전체 운용자산은 약 3600억 원에 달하지만 핵심 투자처인 더블유씨피(WCP)에서는 단일 종목 투자금액 1천억 원 가운데 800억 원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운용역량에 의문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HL홀딩스는 직접 투자 대신 자회사인 HL위코와 HL D&I를 경유해 로터스PE가 공동운용사(GP)으로 참여한 펀드에 약 2170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HL홀딩스 한 해 영업이익(약 922억 원)의 2.4배에 달하는 큰 규모다.
문제는 이 투자 내역을 분기보고서에 특수관계 공시에서 누락해 투자자 보호와 기업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로터스PE는 단독으로 펀드를 결성한 경험 없이, 오로지 공동운용 형태로만 투자 활동을 해왔고 수임한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통해 수익을 거둬온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정몽원 회장의 두 딸이 해당펀드의 평가손실에도 일부 운영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우회출자는 승계작업을 위한 포석인가
특히 이번 의혹을 한층 심화시키는 것은 HL홀딩스가 왜 직접 투자 대신 자회사 경유를 선택했는가에 관한 의문이다. 자회사 경유는 법적·회계적 공시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인 데다가, 내부 거래의 불투명성을 증가시켜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꼽힌다.
또한 로터스PE의 운용능력과 성과보수 산정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가 없다는 것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로 거론된다.
HL홀딩스가 투자와 관련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소액주주 권익 침해 가능성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훼손 위험까지 감수했다는 점에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재계에서는 로터스PE가 HL그룹의 후계자 가족이 전적으로 소유하는 사모펀드라는 사실이 주목하고 있다.
HL그룹의 경영권 승계 전략에서 로터스PE를 중추적 역할을 맡을 개연성이 충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기업 경영권 승계 전략을 검토하면 대략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삼성·LG·한진 등에서 볼 수 있듯 정당하게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납부하는 방식이 있다.
다음으로 그룹 내 지배구조 하단에 위치한 계열사를 활용하여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해당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이익을 후계자의 자금원으로 삼는 방식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우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삼성SDS 등 IT 계열사에 내부 일감을 집중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 승계자금을 마련했다.
세번째로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핵심회사(A)의 지분을 후계자가 대주주로 있는 다른 회사(B)를 통해 확보한 후, 양사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방식도 있다.
마지막으로 총수가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회사(A)의 지분을 후계자가 대주주인 회사(B)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원익그룹이 대표적 사례로, 자회사나 다른 법인을 통해 지분을 이전하여 승계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한 사례가 꼽힌다.
HL그룹은 이번 로터스PE를 두 번째 방식인 승계자금의 원천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즉, 자회사들을 활용한 내부거래 형태로 자산을 이전하고, 총수 자녀들이 지분을 전적으로 소유한 사모펀드를 통해 지분 승계를 위한 재원을 형성해 경영권을 견고히 하는 방식을 채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HL홀딩스와 로터스PE, 그리고 재벌 승계의 현실과 과제
HL그룹의 로터스PE에 대한 대규모 우회출자를 비롯한 일련의 사례는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재벌 오너 일가가 가족 소유의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우회 이전하고, 불투명한 구조를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전형적인 편법 승계 패턴으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HL홀딩스의 공시 누락 및 정보 비공개 문제는 자본시장 신뢰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를 야기할 수 있어 문제로 떠오를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재계에서는 HL그룹은 이러한 경영권 승계 방식과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운용능력과 성과보수 기준을 명확히 밝히고, 무엇보다 투자 현황과 특수관계 거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주주들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HL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확히 어떤 법규인지는 모르겠으나 법령상 HL홀딩스가 로터스PE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없어서 우회출자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이상 출자할 계획도 없으며 이 문제는 승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