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늪'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탄핵 뒤 대선을 치렀던 2017년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비교해 김문수 후보의 정치력 부족을 지적한다. 
 
D-12 윤석열에 발목 잡힌 국힘, 김문수는 '2017년 홍준표'와 어떻게 다른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왼쪽)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2월28일 대구 달서구 2.28민주운동기념탑에 참배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국민의힘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정치 무대에 등장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를 뒤로 하고 새로운 공약을 발표하는 등 대선 운동을 본격화하는 마당에 윤 전 대통령이 뒷덜미를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오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는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이 영화를 감독한 이영돈 PD와 함께 관람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참석하겠다"며 전씨 초청에 응했다고 전해졌다.

자신의 형사재판을 제외하고 파면된 지 47일 만의 첫 공개 행보였다.

윤 전 대통령의 이번 영화 관람은 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사실무근으로 판명된 극우 지지층의 부정선거론에 힘을 싣는 행보여서, 일부 보수 진영과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부정선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에게 대형 악재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단호한 선 긋기에 나섰다. 부정선거론 및 극우 세력과 완전한 '절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자연인'이라 당과 무관한 일이라는 공식 입장도 나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은 '사전투표를 하면 안된다'는 주장"이라며 "음모론과 단호하게 선긋지 못하면 민주당은 3일간, 우리는 하루만 투표한다. 그러면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전반의 반응과 달리 '당사자'인 김 후보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21일 고양시에서 청년 농업인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이) 영화 보는 것까지 제가 말씀드리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경우든 유권자 중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주장 세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김 후보는 22일 내놓은 정치개혁 공약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대대적 혁신을 통해 중립성을 확보하고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쪽이 아니라 선관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고스란이 드러낸 것이다. 
 
D-12 윤석열에 발목 잡힌 국힘, 김문수는 '2017년 홍준표'와 어떻게 다른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9일 페이스북 커버사진을 파란 넥타이를 착용한 사진(왼쪽)으로 게시했다가 4시간 뒤 빨간 넥타이 사진으로 변경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이런 움직임을 두고 김 후보와 당대표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이끌던 2017년의 홍준표 전 시장이 대비된다는 시선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에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초반 대응과 후속 조치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홍 전 시장은 대선 당시 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이어갔고, 2017년 11월3일 자유한국당 대표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에 앞장섰다. 반면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기간 3주 가운데 첫 주를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로 소비한 끝에 '자진 탈당'으로 마무리했다.

사실 두 사람은 대선 구도조차 매우 유사했다. 김 후보는 '1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 '3자 구도'에서 경쟁하고 있다. 당시 홍 전 시장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3자 구도 대선을 치렀다.

홍 전 시장은 당시 '박근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줬다. 

홍 전 시장은 2017년 2월22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주최하는 특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며 "이는 정치대란이다. 무능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못 끌어내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으나 탄핵과 함께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자 그는 '박근혜 지우기'에 나섰다.

홍 전 시장은 2017년 3월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우파 대표를 뽑아서 대통령을 만들어놓으니까 허접한 여자(최순실씨)하고 국정을 운영했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며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 탄핵을 당해도 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박근혜 정부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나는 박근혜 정부 4년간 철저하게 당했다. 속된 말로 하면 이가 갈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보수 색깔'은 확실히 하면서도 '박근혜 색'은 지운다는 전략 아래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을 당에서 몰아냈음에도 지지층 사이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히지도 않았다. 

반면 김 후보는 지금까지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 승리'라는 명분을 활용한다면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해도 지지층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진단한다. 실제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김건희씨와 관련해 사과하는 등 '전향적 모습을 보이지만 당 안팎에서 별다른 반발이 없다.

김 후보가 선거운동 초반부터 차분히 빌드업을 했더라면 윤 전 대통령 문제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와 같은 차이는 결국 두 사람의 '정치력 차이'에서 기인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이번 하와이 특사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선에선 떨어졌지만 최후의 승자는 홍준표"라며 "홍준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눈앞까지 가지고 올 줄 아는 인물이다. 반면 김문수는 거기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