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래프톤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진은 CPC 기술이 적용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딥러닝과 AI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연구와 투자를 활성화했다. 2022년에는 딥러닝 본부를 신설하며 AI 원천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재 딥러닝 본부는 이강욱 본부장(미국 위스콘신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을 중심으로 석·박사급 인재들이 포진해 있으며, 자연어 처리(NLP), 3D 비전과 애니메이션, 음성 합성, 강화학습(RL), 멀티모달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세계 3대 AI 학회(ICLR, ICML, NeurIPS)에 걸쳐 총 12편의 메인트랙 논문을 발표하며, 국내외 게임사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연구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단순히 학문적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게임 제작과 경험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크래프톤의 AI 전략은 기술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CPC(Co-Playable Character)다.
CPC는 엔비디아 에이스(ACE) 기술로 구축된 게임에 특화된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 모델(On-device Small Language Model for Gaming)을 기반으로 게임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캐릭터다. 기존 NPC(Non-Player Character)와 달리, CPC는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상황을 이해하며, 협력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2025년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된 CPC는 PUBG(펍지) IP(지적재산권) 프랜차이즈와 인조이(inZOI) 등에 적용돼 시연됐다. 이용자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상황에 맞춰 전략을 세우며 플레이 스타일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등 고도화된 작업을 수행하는 ‘PUBG Ally’는 PUBG IP 프랜차이즈에 적용되어 새로운 게임 플레이 방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조이(Smart Zoi)는 데모 공개뿐만 아니라 이미 3월28일 얼리억세스로 공개된 인조이(inZOI)에 로 적용되어 기존과는 차별화된 시뮬레이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CPC는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크래프톤이 구상하는 차세대 게임 경험의 핵심이다. 대화, 협력, 추론 능력을 갖춘 AI 캐릭터를 통해, 게임 내 창작, 커뮤니케이션, 몰입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 엔비디아와의 협력, 글로벌 표준을 향한 도전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AI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 2025년 4월 김창한 대표는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CEO와 로보틱스와 온디바이스 AI 전반에 대한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크래프톤은 게임 특화 AI 분야에서의 선도적 기술 개발을 넘어,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인터랙티브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 크래프톤이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
이는 게임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구축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AI를 게임 개발이나 연구 영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2
023년부터 전사적으로 챗GPT, 디퓨전, 코파일럿 등 다양한 딥러닝 솔루션 이용료를 지원하고, 2024년에는 OpenAI와 국내 최초로 ChatGPT Enterprise 파트너십을 체결해 임직원의 AI 활용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전체 직원의 95% 이상이 업무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임은 크래프톤의 출발점이다. AI를 통해 게임의 경계를 허물고, 플레이어의 경험을 재구성하며, 미래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크래프톤의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도 크래프톤은 CPC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을 통해 게임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확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장원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