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오너 리스크 잘 넘긴 송호준, '낮은 가격 높은 기술력' 흑자전환 방향 잡다

▲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가 오너 부재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창업주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신임을 지속해서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포스트]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가 창업주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현 상임고문)의 신임을 두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동채 상임고문이 미공개 정보 이용혐의로 옥살이를 할 때 에코프로를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영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에코프로그룹 오너 리스크, 송호준 체제 변화의 분수령

에코프로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2차전지 양극재 제조사로,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춰 고속 성장해왔다. 

하지만 2023년 8월 이동채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로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으로 실형이 확정되면서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이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고 상장 예정인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투자자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바로 송호준 대표다. 

송 대표는 삼성SDI 출신인데 2022년부터 에코프로 대표이사직을 맡아 경영 전반을 조율하며 오너 리스크 속에서도 에코프로그룹이 운영 연속성을 확보하고 기존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이어가는데 힘썼다.

특히 오너 부재 상황에서도 양극재 분야 경쟁력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에코프로그룹은 당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기업인 QMB로부터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을 공급받으면서 원료 조달 인프라를 다졌다.

QMB는 에코프로가 2022년 3월 지분 9%를 인수한 곳으로 해마다 6천 톤의 니켈을 공급받고 있다. 

송 대표는 2023년 QMB로부터 니켈을 처음 공급받는 기념행사에서 “2차전지용 니켈 수급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선제적 투자로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로 자원 독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동채 전 회장 부재 당시 철저한 이사회 중심 경영과 내부 통제강화로 빠르게 시장의 우려를 불식했다.

오너의 부재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의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에코프로 그룹 임원들에게 보유주식 자제를 당부하고 불가피한 경우 사전 통보를 요청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오너 리스크 상황에서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하며 ‘투명성과 통제 가능성’을 시장과 투자자에게 보여준 점이 위기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동채 전 회장, 경영 복귀와 신임 지속 가능성

이동채 전 회장은 2023년 구속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2024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상임고문으로 복귀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회장 자리로 직행하지 않고 상임고문 직책을 선택한 것은 책임 부담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 송 대표 체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은 송 대표가 안정적 ‘실무형 2인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와의 소통도 매끄러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올해 들어 계약연봉의 30%를 자사주로 받고 책임경영에 매진하겠다며 오너일가와 주주들의 신뢰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송 대표와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 김종섭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 김병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대표 등 에코프로의 대표적 상장 4사 최고경영자들은 올해 초 급여 일부를 주식으로 받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실적 반등의 결의를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주가가 떨어지면 최고경영자들이 받는 실제 임금도 떨어진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을 통해 흑자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1279억 원, 영업손실 2930억 원을 보면서 적자전환했다. 

송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에코프로의 생존법은 가격을 확 낮추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 뿐이다"며 "경쟁사와 비교해 가격은 낮고 기술력은 높은 기업만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고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하며 기술 강화를 통한 흑자전환에 의지를 다졌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