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일단락되면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혀가는 동시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고율 수입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이 포함되면서 대외 경제 불안 요인이 커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동시에, 대내외 복합 악재로 위축된 소비 시장을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업의 역할과 책임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거시적 흐름에 대응하는 한편, 국내 경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인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한국 경제 제로성장 잇단 경고, 트럼프 관세 '폭풍'에 마이너스 성장 커지는 우려 
② 침체된 경제 동력 살릴 추경, 여야 이견에 규모와 시기도 불확실
③ 임기 1년 남은 한은 이창용, 내수부양 위한 새 과제는 새 정부와 호흡
④ 차기 정부로 옮겨진 부동산 정책 방향, '주택공급' '세제개편' '부동산PF 리스크' 향방 주목
⑤ 산업은행 강석훈의 '골든타임', 100조 첨단전략사업 지원 프로그램 역할 무겁다
⑥ 4대 금융 '내수안정’ '수출지원' 중책 맡아, 시장 안정에 총력
⑦ 삼성전자 침체된 내수 시장에 불안, 구독 모델로 돌파구 찾는다
⑧ LG전자 어려울수록 안방부터, 조주완 프리미엄 전략으로 '질적 성장' 이어간다
⑨ 롯데쇼핑 내수 회복 '엔진' 다시 켠다, 신동빈 지휘봉 잡고 대수술 지휘
⑩ 이마트 내수 침체에 '물가안정' 승부, 정용진 가격경쟁력 강화 총력

 
[이제는 경제다] 한국 경제 '제로성장' 경고, 트럼프 관세에 마이너스 성장 커지는 우려

▲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세계 금융 및 투자업계에는 여전히 비관적 시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 침체 경고등이 커진 한국 경제에 정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데다 미국발 관세 변수까지 악재로 작용해 ‘마이너스 성장’까지 바라보는 시각도 한편에서 나온다.

14일 국내외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 탄핵 후폭풍과 트럼프 관세 악재가 겹쳐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장의 비관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과 씨티그룹은 내수 부진 우려와 수출 회복 강도 약화 등을 근거로 최근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JP모간은 8일자 보고서를 통해 “예상보다 큰 폭의 미국 관세 인상을 비롯해 국내 정책 환경과 대외 악재가 빠르게 전개됨에 따라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정책 전망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0.9%에서 0.7%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1.8%로 낮췄다.

JP모간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과 하반기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면 올해 남은 기간 한국은 실질 수출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며 “연간 실질 수출과 제조업 GDP 성장률이 거의 정체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질 GDP는 한 나라의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물가상승률 영향을 제외하고서 집계한 지표다.

씨티그룹도 7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에서 0.8%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 상호관세 정책이 올해 2~3분기 제조업 및 무역 부문에 예상보다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도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어 “탄핵 결정의 분열(divisive)적 성격을 고려하면 정치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며 “정치적 긴장 고조가 장기화하면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 대응이 늦어져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핵 정국이 일단락됐음에도 투자 및 신용평가사 다수는 후폭풍이 계속돼 한국 경제가 0%대 ‘제로 성장’을 하리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는 경제다] 한국 경제 '제로성장' 경고, 트럼프 관세에 마이너스 성장 커지는 우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을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 우산을 든 채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 최대 수출 산업인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배터리, 철강 등이 미·중 무역 갈등 전선에 놓여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 확대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투자은행 ING는 3일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된 25% 관세만으로도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외에 중국 등에 부과하는 관세도 한국 경제에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입힐 수 있다.

한국 수출품 구성에 중간재 비중이 높아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4%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미국 투자를 늘릴수록 국내 생산과 고용은 감소하는 수출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한국 경제 전망치가 앞으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9일 ‘2025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한국은 대내 고금리와 가계부채 및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민간소비가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중국과의 수출 경쟁심화, 무역 불확실성 등 대외 하방 요인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3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며 고령화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수출 부진 및 고령화와 같은 내부 취약성에 관세라는 대외 악재까지 결합될 경우 위기가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이너스 성장’ 우려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을 한국에 더 민감한 반도체와 전자제품 분야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 조사를 곧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하면 고령화와 내수 침체로 기초 체력이 약해진 한국 경제에 관세 변수가 가중돼 수출과 경제 성장에 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IMF는 한국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잠재력을 갖췄다면서 중장기 경제 성장에 악재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