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선언 임박 이재명, '미국 통상 압력 대응' '내수경기 활성화' 방안에 시선 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그가 내놓을 경제 정책과 비전에 관심이 모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위기 상황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21대 대통령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지율 1위 대선 주자인 이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현안인 ‘경제’에 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 압박과 침체된 내수 경기를 활성화 시킬 '묘수'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8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오는 6월3일로 확정함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사퇴에 이은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이 빠르면 다음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잇달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 대표의 출마 선언에서 어떤 미래 비전을 담길지 주목된다.

특히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위기 상황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킬 방안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대선 주자들을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메타보이스가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라는 것을 순서대로 2개 선택해 달라는 요청에 ‘경제 회복’을 1위로 꼽은 응답비율이 40%에 이르렀다. 1위와 2위를 합치면 ‘경제 회복’은 63%에 달했다. 게다가 이념 성향이나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경제 회복’을 꼽았다.

이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수 경기 침체’로 겪는 국민들의 고통과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통상 압력’을 언급하며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먼저 미국의 통상 압력과 관련해 이 대표가 ‘대미 패키지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미 패키지 전략은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우리나라가 미국에 경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뒤 이를 미국과 벌일 협상에 활용함으로써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구상을 뼈대로 하고 있다.

민주당 비상경제상황점검 단장을 맡고 있는 이언주 의원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대차가 미국에 31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한 것과 관련해 “치열한 관세 전쟁 중에 국가 경제 생존을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 국민이 하나가 된 전략적 대응이 긴요하다”며 “개별 기업의 섣부른 선물 보따리가 자칫 국가 차원의 패키지 대응 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국민의힘을 향해 국회 통상특별위원회 구성을 여러 차례 제안하며 미국의 통상 압력을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외교적 차원으로 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내수경기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이 대표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비롯한 정부 재정 역할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고 있는데 저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민생 현장의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럴 때 정부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내수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필상 고려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7일 YTN라디오 생생경제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없고 빚이 많아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우선 정부는 추경을 편성해서 정책적으로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정부가 산불 피해와 민생회복을 위해 편성한다는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보다 더 큰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10조원짜리 ‘찔끔’ 추경으로는 최소한의 대응도 불가능하다”며 “소비 진작 패키지를 포함해 과감한 재정 지출을 담은 추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약 30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 편성 및 집행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추경 14조 원이 부족하다며 추경 규모를 대폭 늘려야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조기 대선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16일 출범하는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공동대표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가 맡은 점도 이 대표가 정부의 적극 재정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대선 출마 선언 임박 이재명, '미국 통상 압력 대응' '내수경기 활성화' 방안에 시선 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기대선 지원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공동대표를 맡는 것으로 알려진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 <연합뉴스>


유 교수는 국내 대표적 진보경제학자로 평가되는데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주도성장’에 날을 세우며 재정확대와 재정개혁, 전환적 뉴딜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유 교수는 정부가 GDP(국내총생산)대비 국가채무비율이나 통합재정수지 등의 요소를 지나치게 고려함으로써 재정 지출을 줄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또한 세수가 줄어드는 때야말로 과감하게 적자재정을 통해 지출을 늘려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대표도 지난 3월 중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촉구대회 인사말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반면 국가부채비율은 엄청나게 낮은 편"이라며 "예를 들면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개인이 빚을 질 것이냐를 결국 정책으로 결정한다”고 말해 유 교수의 주장과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 자체적으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정책이나 비전의 틀은 그동안 당 대표로서 얘기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메타보이스가 JTBC 의뢰로 5~6일 전국 만 18세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