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김병주 사재출연' 의심 눈초리, "주먹구구식 MBK 경영 문제"

▲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을 미심쩍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노동조합은 홈플러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나오지 않은 채 김병주 회장이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고자 ‘소나기 피하듯’ 사재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홈플러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나오지 않는 사실을 더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점포 매각’ 이외의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책임 회피에 불과하며, 여론과 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회의 출석 요구와 국세청 세무조사, 노조의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소나기는 피하자는 심산으로 이 같은 발표를 부랴부랴 내놓은 것은 아닌지, 고려아연 분쟁 등 이후 진행될 사업에 불똥이라도 튈까봐 여론 달래기용으로 발표한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심지어 이것도 투자라고 여기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며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를 비판했다.

MBK파트너스가 16일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관련 분위기가 반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즉 김 회장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보여주면서 채권단과의 협상에 물꼬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노조는 김 회장의 사재 출연만으로는 홈플러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기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느닷없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 배경에는 MBK파트너스 체제 10년 동안 잘못된 경영 판단이 누적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노조는 최근 입장자료를 통해 “경영 악화의 근본 원인은 대형마트 규제가 아닌 MBK의 투자 부족과 전략 부재 때문”이라며 최근 홈플러스 경영진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지적했다.

노조가 경영진의 전략을 비판하며 내세우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창고형 할인매장 ‘홈플러스스페셜’의 실패다. 홈플러스스페셜은 홈플러스가 2018년 6월부터 2019년 말까지 출점했던 창고형 할인점 브랜드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홈플러스스페셜을 통해 코스트코,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등과 경쟁하려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차별점이 없다는 평가에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은 탓에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고 결국 2023년 7월 운영이 슬그머니 종료됐다.

노조는 또 MBK파트너스가 알짜 부동산을 매각한 것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점포 25개를 매각 등의 이유로 폐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가운데 15곳은 실제로 폐점했다. 폐점하지 않은 매장이라고 할지라도 돈이 된다고 판단하면 건물을 팔고 해당 건물을 다시 임대하는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선택했다.

홈플러스가 이를 통해 지게 된 부담은 실제로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매장 126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임대매장인데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가 매년 내고 있는 리스부채는 약 45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홈플러스가 최근 3~4년 동안 연평균 영업손실 2천억 원대를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장 임대 문제로 지고 있는 문제는 결코 적지 않다.

홈플러스가 첨단 물류센터를 매각했던 것도 경영진의 무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노조는 주장한다.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의 자회사로 있던 시절인 2003년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목천물류센터’를 지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수령한 상품을 분류 후 바로 배분하는 방식인 ‘크로스도킹 시스템’을 도입한 최첨단 물류시설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2017년 말 이를 한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한다. 이 회사는 이후 쿠팡에 해당 시설을 임대해줬는데 이를 놓고 홈플러스 노조는 ‘쿠팡도 탐내는 시설을 회사가 팔아버렸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이런 노조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영 정상화의 해법을 부동산 매각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공개된 MBK파트너스 내부자료에 따르면 경영진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인 1월에 점포 4곳을 추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계점과 정관점, 동광주점, 유성점 등을 매각하면 3548억 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내부자료에 명시했다.
 
홈플러스 노조 '김병주 사재출연' 의심 눈초리, "주먹구구식 MBK 경영 문제"

▲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 등이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MBK파트너스는 “회사는 기존에 추진해왔던 슈퍼마켓 사업부의 매각과 소유 점포의 추가 매각, 점포 면적 효율화, 적자 점포 폐점을 통해 회생절차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점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쓰고 이를 통해 장기적 경쟁력을 훼손했다는 노조의 지적이 수년 동안 반복된 상황에서 여전히 MBK파트너스가 자산 매각을 경영 정상화의 해법으로 고민하는 점은 노조의 반발을 키울 수밖에 없다.

노조는 MBK파트너스 체제에서 시행된 인력 감원이 통합부서 운영과 강제 전환배치 등의 문제를 낳았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홈플러스 노동자 수는 2024년 말 기준으로 직영과 계약직을 포함해 2만3천여 명이다. 2015년 말 3만4천여 명과 비교해 9년 만에 1만 명 넘게 줄었다.

노조는 “MBK는 지속적인 자산 매각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빼내는 동안 지속적인 인력 감축 통해 이윤을 극대화했다”고 지적하며 “줄어든 인력을 다른 점포에서 끌어오거나 근무 성격이 다른 계산대와 고객센터, 매대 운영 등의 업무를 한 사람에게 맡기는 주먹구구식 방식의 운영이 홈플러스 구성원의 이탈 가속화를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