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신한금융 내부통제 더 예리해진 칼날, 임기 1년 남은 진옥동 독해진 '직업윤리'](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13164104_83543.jpg)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마지막 해에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신한은행장 시절인 2022년 10월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이었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4대 시중은행의 은행장이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의원들은 4대 시중은행의 횡령을 따졌다.
당시 신한은행은 내부 횡령액이 5억6840만 원으로 우리은행(736억5710만 원)보다 적었지만 사고 건수로 따지면 우리은행(10건) 보다 많은 14건이었다.
“금융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직업윤리일 텐데 좀 약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들의 윤리의식 고취와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의하게 발동될 수 있게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진 신한은행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내부통제 강화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다.
진 회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신한금융지주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임기 마지막 해인 2025년 들어서는 기존의 부드러운 모습과는 달리 내부통제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진 회장 임기 동안 굵직한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내부통제 우등생의 명성이 퇴색한 탓이다.
◆ 진옥동,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
“평일에 술을 마시다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 다음 날 술 냄새를 풍기거나 술에 취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작살을 내겠다.”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상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비공개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진 회장이 부사장을 건너뛰고 본부장에서 바로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킨 인물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발언의 수위는 상당히 거칠지라도 내부통제를 향한 진옥동 회장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ON(溫) 타임 캠페인을 통해 노동생산성 향상 및 내부통제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하루 1시간 휴식을 지키기 위해 점심시간을 정오에서 오후 1시까지로 제한하고 업무시간 도중 불필요한 이동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진 회장이 내부통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내부통제를 통한 고객 경험 향상이야말로 지속성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25년 1월9일부터 10일까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2025년 신한경영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는 진 회장을 포함해 그룹사 최고경영자, 임원, 본부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로마의 철학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저술한 ‘의무론’이 토론의 중심에 놓였다.
키케로의 의무론은 모두 합쳐 3권으로 구성됐다. 1권은 그 자체로 명예로운 것들을 다루며 2권에서는 이득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을 다룬다. 3권에서는 명예로움과 이득의 상관관계를 첨예하게 살피며 명예로움이야말로 궁극적으로는 이득이 된다는 통찰을 내놓는다.
즉, 직업윤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신한금융지주의 궁극적 이득,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진 회장의 뜻이 키케로의 ‘의무론’ 토론에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진 회장의 의지는 실제 조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3년 7월1일 그룹소비자보호부문(CCPO)을 그룹에 추가한 데 이어 2024년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소비자보호부문 소속이던 준법지원파트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옮기며 기능을 강화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강한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것도 내부통제 조이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진 회장은 2024년 말 전체 13개 계열사 가운데 9곳의 수장을 바꿨다.
이는 1년 전이던 2023년 말 임기가 만료된 자회사 대표 9명의 연임을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모양새다.
당시 진 회장은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CEO 교체보다는 연임 의사결정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도 소폭 교체됐다.
2025년 3월로 임기가 마무리된 사외이사 7명(윤재원·진현덕·곽수근·배훈·이용국·최재붕·김조설) 가운데 최대 연임 제한 6년을 채운 사외이사가 없었지만 진현덕 사외이사와 최재붕 사외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는 양인집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어니컴 회장과 전묘상 일본 공인회계사가 추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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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24년 11월13일(현지시각)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설명회(IR)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금융의 내부통제를 향한 진 회장의 메시지는 확고하다.
회장 취임사에서부터 “사회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완성해 나가자”고 말했다. 2024년 신년사, 2025년 신년사에도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임직원들이 직업윤리에 따라 일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2025년 신년사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확립해 내부통제를 신한의 핵심 경쟁력으로 정착시킬 것”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도 내부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신한금융은 다른 금융회사들과 비교해 ‘내부통제의 우등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진 회장이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길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8월 신한은행이 설명을 빼먹거나 거짓 문구 등으로 고객을 속이는 방식으로 사모펀드를 불완전 판매했다며 3개월의 업무 일시 정지 처분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18년 5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일반투자자 766명에게 3572억 원 상당의 사모펀드 820건을 판매하면서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
불완전판매는 투자의 위험성을 투자자 또는 금융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불완전 판매 행위는 개인의 일탈 또는 조직 자체의 성과주의, 온정주의 문화 속에서 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에는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 원의 운용 손실 사건이 터졌다.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가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하다가 과대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담당자가 과대 손실 발생 사실을 외국계 증권사와 스왑 거래(미래 특정 시점을 설정해 금융자산이나 상품을 서로 교환)인 것으로 허위 등록하는 방식으로 숨기며 신한금융의 내부통제 문제가 주목받았다.
진옥동 회장 또한 신한투자증권 사고의 심각성을 깊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24년 11월13일(현지시각)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금감원-금융권 홍콩 투자설명회(IR)’ 참석 뒤 동행기자단과 만나 “(불완전 판매로 문제가 된) 라임펀드나 젠투펀드보다 규모는 적지만 충격은 정말 크게 받았다”며 “대책도 그만큼 굉장히 깊숙하게 하고 고민도 깊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