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MG손보) 인수를 포기하며 MG손보는 청산의 갈림길에 섰다.

지금까지 수년 동안 예금보험공사(예보)는 MG손보 매각을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유일한 인수의향자는 메리츠화재였다. 이에 새 주인찾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MG손보에 남은 건 청산뿐? 메리츠화재 인수 포기에 다시 공중 뜬 124만 고객

▲ MG손해보험 매각 시도가 이번에도 결국 불발되며 청산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예보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산 혹은 파산으로까지 진행되면 MG손보에 계약이 묶인 124만 명 고객 피해는 물론 보험업 전반 신뢰도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향방에 시선이 쏠린다.

13일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다고 공시했다.

메리츠화재는 반납을 알리며 “지난해 12월 예보로부터 MG손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며 “하지만 각 기관 입장 차이 등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를 요구해 왔다.

갈등은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며 메리츠화재는 세부 계약과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는 실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예보, MG손보 노조, 메리츠화재 사이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메리츠화재의 인수전 하차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화재는 고용 및 계약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MG손보 인수를 들여다본 만큼 노조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MG손보 인수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확충도 진행할 만큼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지난해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부터 계속 강조한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인수를 완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조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25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MG손보는 오랜 부실을 겪으며 자본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MG손보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후 기준 43.37%에 불과하다. 금감원 권장치인 150%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또 매각 관련 갈등이 이어지며 소속 설계사들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거나 마찬가지라 신규 계약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2022년 9만5천 건이 넘던 장기손해보험 신규계약 건수는 2023년 8만4천 건, 2024년 약 6만9천 건(단순 연환산 추정치)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전체 계약 및 고용승계 의무를 질 만한 유인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바라본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연구 보고서 발간 당시 기준 MG손보 인수가 단기적으로 메리츠화재 이익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인수 조건 등 세부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였음을 덧붙였다.
 
MG손보에 남은 건 청산뿐? 메리츠화재 인수 포기에 다시 공중 뜬 124만 고객

▲ 메리츠화재는 13일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


겨우 실마리를 찾는 듯하던 MG손보 매각이 표류하며 고객 124만 명은 다시 걱정에 휩싸였다.

앞서 예보는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면 MG손보 청·파산 가능성까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예보가 말한 방식대로 청산이 진행되면 고객들은 기존 MG손보에서 가입한 보험과 동일한 조건으로 타 보험사에 재가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예전에 MG손보 보험에 가입한 뒤 병력이 생긴 경우 새로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지거나 더 높은 보험료를 내게 될 수 있다.

한 MG손보 고객은 “MG손보에서 1세대 실손을 가입했는데 만약 청산이 진행되면 계약이 다른 보험사에 인수가 되는지, 낸 돈은 제대로 돌려받는지 알 수 없어서 걱정이다”고 전했다.

국내 보험사 청산은 전례가 없는 만큼 청산으로까지 이어지면 ‘보장’을 핵심 가치로 하는 보험업 전반 신뢰도에도 타격이 갈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는 2012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2013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MG손보를 인수했지만 정상화에 실패하며 2023년 예보 주도로 매각이 추진됐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매각 시도에도 지금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없었다. 예보는 1월 보도 설명자료를 내며 “약 3년 동안 매각을 추진하며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며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