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윤석열 일단 '저공비행', 탄핵심판 선고에도 지금 태도 이어질까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당시까지 대국민담화 등 여론전을 펼치며 강성지지층 결집에 중심에 섰는데 막상 석방된 뒤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재 선고 이후 이어질 형사재판에서도 이처럼 '정중동 모드'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석방 닷새째를 맞았으나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도 변론재개 신청에 대한 입장 등을 내지 않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구속돼 있어 방어권이 침해됐다면서 헌재에 변론 재개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법원에서도 구속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윤 대통령 측이 이를 근거로 헌재에 변론 재개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줄곧 헌재가 '졸속 심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공개적으로 변론 재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가 이번 법원 결정을 참고해서 적법절차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론 재개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 석방 이후 5일이 지났음에도 변론 재개 신청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석방된 윤석열 일단 '저공비행', 탄핵심판 선고에도 지금 태도 이어질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청년의 부담, 국민의힘이 덜어드리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렸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동진쎄미켐 R&D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이 이처럼 변론 재개 요청을 망설이는 것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변수 때문일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섣불리 변론 재개 카드를 꺼냈다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뒤늦게 합류할 경우 탄핵 인용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변론 재개를 하면 이제 마은혁을 임명하라고 압박을 할 핑곗거리가 하나 또 생길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혹시 6:3이 되지 않을까 겁이 나니까 변론 재개를 신청하기에 겁을 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내지 않는 모습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직전까지 대통령 관저에서 '농성'을 벌이며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강성지지층에게 호소를 이어갔다. 

이런 태도 변화는 국민의힘 쪽이 윤 대통령에게 '자중'을 강하게 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자칫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같은 돌발 사태가 벌어진다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자중하시는 모습도 필요하다"며 "한쪽 지지층을 위한 행동보다는 국민 통합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입장에서 대통령의 입김과 정치적 영향력이 커져 굉장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자연인 윤석열로서 광장으로 나가시면 국민의힘으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석방된 윤석열 일단 '저공비행', 탄핵심판 선고에도 지금 태도 이어질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2일 서울 광화문 인근 천막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응원하며 손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쪽의 자중 권유는 조기대선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노출이 많아질 수록 조기대선이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흘러가기 쉽고, 이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이달 24일 윤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헌재 선고 이후 1주일 만에 곧바로 형사재판이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증거에 바탕을 두고 있어 '여론전'의 영향을 벗어나 있다.

하지만 재판 진행이 불리하게 전개된다면 윤 대통령은 다시금 여론전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강성지지층 결집을 통해 재판부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서 "3월24일 형사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이 잡혔다. 220권, 7만 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검토할 최소한의 시간은 불가피하다"며 형사재판 준비에 나섰음으로 내비쳤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