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특이한 주거 구조를 가진 나라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살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비슷한 나라를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파트는 부동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재산과 사회적 지위뿐 아니라 교통과 교육, 소비, 문화 같은 사회 인프라와 이를 통한 삶의 질까지 내포한다. 동네와 아파트 브랜드만 알면 바로 가늠할 수 있다
푸르지오, 자이, 더샵, 힐스테이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아파트 브랜드들이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같은 손에 꼽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이 브랜드를 내세운다.
이 브랜드들은 여러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뽑는 브랜드 평판 순위 상위권에 항상 등장한다. 브랜드 평판 순위는 인지도, 선호도, 투자 가치, 주거 만족도 등을 평가 항목으로 삼아 정해진다.
이 건설사들은 또 강남 3구나 이른바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같은 서울 상급지에 적용하는 디에이치(현대건설), 써밋(대우건설), 오르티에(포스코이앤씨) 등 하이엔드 브랜드도 함께 갖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단 아파트 단지에는 아예 동네 이름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더 많은 것을 담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브랜드가 붙기 전에는 그저 하나의 집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브랜드를 부를 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그 많은 것들이 되었다.
하지만 유명 아파트 브랜드가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안전 문제다.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일은 브랜드 가치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건설사의 현장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35명으로 전년보다 25%나 늘었다.
대우건설 현장 사망자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GS건설 포스코이앤씨(각 5명) 현대건설(3명) 등이 이었다.
최근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공사를 책임진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최근 3년간 5명 사망자와 50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푸르지오, 자이, 더샵, 힐스테이트 등 유명 브랜드에는 인지도, 선호도, 투자 가치, 주거 만족도 같은 것이 담겨 있지만 그 아파트를 짓는 사람의 피는 포함돼 있지 않다.
아파트는 짓는 이들이 흘린 피는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도,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잊히며 싹 씻겨 내려가고 말았다.
건설사들이 몸이 으깨진 건설노동자들의 피를 제대로 기억한다면 산재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건설업에서 나올 수는 없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안전 문제를 고려한다면 브랜드 순위는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보다 못한 국토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을 새로 두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토부는 애초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해 공개가 중단된 뒤 법적 근거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최근에야 나오는 것이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공표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사망사고가 난 건설사 이름을 널리 알리면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해 안전 문제에 더 신경 쓸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법 개정이 더 큰 효과를 보려면 아파트 구매자들의 행태까지 바뀌어야 한다.
안전하게 지어지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걸 건설사들이 절감해야 짓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몸이 으깨지고 간과 뇌가 땅 위에 흩어지는 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한국에서 아파트 브랜드가 인지도, 선호도, 투자 가치, 주거 만족도 외에 얼마나 안전하게 지어졌는지를 의미하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파트 브랜드는 한국의 좋은 안전 인프라를 상징하는 이름까지 될 수 있다. 박창욱 건설&에너지부장(부국장)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살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데스크리포트 3월] 힐스테이트 자이 더샵 푸르지오, 유명 아파트 브랜드가 말하지 않는 것](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03234543_268205.jpg)
▲ GS건설이 시공하다 철근 누락으로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2024년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현장에서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다. 이 현장에선 지난해 11월19일에도 포크레인 기사가 장비와 벽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비슷한 나라를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파트는 부동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재산과 사회적 지위뿐 아니라 교통과 교육, 소비, 문화 같은 사회 인프라와 이를 통한 삶의 질까지 내포한다. 동네와 아파트 브랜드만 알면 바로 가늠할 수 있다
푸르지오, 자이, 더샵, 힐스테이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아파트 브랜드들이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같은 손에 꼽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이 브랜드를 내세운다.
이 브랜드들은 여러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뽑는 브랜드 평판 순위 상위권에 항상 등장한다. 브랜드 평판 순위는 인지도, 선호도, 투자 가치, 주거 만족도 등을 평가 항목으로 삼아 정해진다.
이 건설사들은 또 강남 3구나 이른바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같은 서울 상급지에 적용하는 디에이치(현대건설), 써밋(대우건설), 오르티에(포스코이앤씨) 등 하이엔드 브랜드도 함께 갖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단 아파트 단지에는 아예 동네 이름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더 많은 것을 담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브랜드가 붙기 전에는 그저 하나의 집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브랜드를 부를 때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그 많은 것들이 되었다.
하지만 유명 아파트 브랜드가 절대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안전 문제다.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일은 브랜드 가치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건설사의 현장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35명으로 전년보다 25%나 늘었다.
대우건설 현장 사망자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GS건설 포스코이앤씨(각 5명) 현대건설(3명) 등이 이었다.
최근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공사를 책임진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최근 3년간 5명 사망자와 50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푸르지오, 자이, 더샵, 힐스테이트 등 유명 브랜드에는 인지도, 선호도, 투자 가치, 주거 만족도 같은 것이 담겨 있지만 그 아파트를 짓는 사람의 피는 포함돼 있지 않다.
아파트는 짓는 이들이 흘린 피는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도,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잊히며 싹 씻겨 내려가고 말았다.
건설사들이 몸이 으깨진 건설노동자들의 피를 제대로 기억한다면 산재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건설업에서 나올 수는 없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안전 문제를 고려한다면 브랜드 순위는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보다 못한 국토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을 새로 두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토부는 애초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발해 공개가 중단된 뒤 법적 근거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최근에야 나오는 것이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공표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사망사고가 난 건설사 이름을 널리 알리면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해 안전 문제에 더 신경 쓸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데스크리포트 3월] 힐스테이트 자이 더샵 푸르지오, 유명 아파트 브랜드가 말하지 않는 것](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2/20250228120313_39611.png)
▲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공사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이런 법 개정이 더 큰 효과를 보려면 아파트 구매자들의 행태까지 바뀌어야 한다.
안전하게 지어지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걸 건설사들이 절감해야 짓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몸이 으깨지고 간과 뇌가 땅 위에 흩어지는 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한국에서 아파트 브랜드가 인지도, 선호도, 투자 가치, 주거 만족도 외에 얼마나 안전하게 지어졌는지를 의미하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파트 브랜드는 한국의 좋은 안전 인프라를 상징하는 이름까지 될 수 있다. 박창욱 건설&에너지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