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협의체·마은혁·상법 개정안까지, 우원식 또다시 존재감 드러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에서 탄핵 심판 변론 종결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원식 페이스북>

[비즈니스포스트]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국면에서 호평을 받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 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여야 대표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나는 ‘국정협의체’에 함께 참여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빠르고 강력한 대응으로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상정을 막으며 여야 협상도 유도하고 있다.

‘중재자 면모’와 ‘단호함’이 섞인 우 의장의 행보가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또 다른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2차 국정협의회를 진행한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회동에서 이날 국정협의회을 통해 국민연금 모수개혁 관련 결론을 내리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국민연금의 내는 돈(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올리는데 합의를 봤으나 받는 돈(소득대체율)에 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이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자동안정장치’를 협상 카드로 제안했는데 민주당도 논의해보겠다는 '열린 자세'를 보였다.

우 의장은 이날 국정협의체에서 연금 소득대체율 수치와 자동조정장치 타협안을 담은 ‘중재안’을 두 당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날 모수개혁에 여야가 합의한다면 국정협의체의 첫 가시적 성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극단적 대립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던 국정협의체는 우 의장의 노력 등이 작용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위와 기후특별위원회 설치 합의 등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우 의장이 2024년 5월 국회의장 출마 이유로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저출생, 불평등, 기후위기,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 국가 균형발전 등 민생과 미래의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는 ‘일하는 민생국회’가 돼야한다”고 밝혔다. 출마 당시 포부를 일부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성과는 우 의장이 협상 중재자로서 역량을 발휘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5선 국회의원으로서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역임하면서 풍부한 여야 협상의 경험을 갖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 의장은 국회의장이 되기 전 원내대표 시절에도 싸울 땐 싸우더라도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타협과 합의를 보는 데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우 의장이 민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사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막아 여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둔 조치도 평가할 만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우 의장은 전날인 27일 국회 본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상법 개정안) 안건에 대해 교섭단체 간 이견이 매우 크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최대한 교섭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면서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재계의 우려도 높은 상황에서 우 의장의 결정으로 여야 협상이 재개될 공간이 열렸다. 
 
국정협의체·마은혁·상법 개정안까지, 우원식 또다시 존재감 드러내다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양당 원내대표단이 26일 국회에서 의장 주재 회동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열리는 국정협의체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특검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에서 경제 현안인 상법개정안까지 우 의장이 민주당의 요구대로 본회의에 상정시켜 통과됐다면 국정협의체 협상이 얼어붙을 수도 있었다.

우 의장이 여야를 향해 상법 개정안 협상을 당부하면서도 협상 데드라인을 ‘다음 본회의’라고 언급하면서 상법개정안은 물론 자본시장법 개정안까지 여야가 머리를 맞댈 시간을 벌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2월 임시국회는 이날 회기가 끝난다. 3월 임시국회는 3월5일 개회하고 본회의 개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만큼 여야가 협상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등에 ‘단호하게’ 대처함으로 존재감을 더욱 커우고 있다.

상법개정안과 달리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명태균특검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했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빠르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우 의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6일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자 올해 1월3일 헌법재판소(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함으로써 헌법재판소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우 의장은 전날 헌재 결정이 나온 뒤 “최 권한대행은 즉각 헌재 9인 체제를 복원해야한다”고 말해 최 권한대행 압박에 나섰다. 만일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위헌적 상황’을 바로잡은 입법부 수장이 될 수 있다.

우 의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얼마간의 혼란과 고통은 불가피하더라도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삶으로 증명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