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에 머리 숙여, 신뢰 회복 총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28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세종 고속도로 청용천교 공사 구간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를 놓고 머리를 숙였다.

주 사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공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강조하면서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정부부처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고 원인과 관련한 내용에는 신중한 모습도 나타냈다.

28일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열린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주 사장은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필요한 조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수립해 철저히 이행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 사고 당일 입장문을 낸 뒤 다음날 주 사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주 사장은 직접 간담회 자리에서 직접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서 공식적으로 처음으로 나서는 자리가 대형 중대재해를 놓고 고개를 숙이는 자리인 만큼 주 사장은 시종일관 무거운 표정을 유지했다.

주 사장은 청용천교 관련 공사개요를 설명한 뒤 이번 사고와 관련한 향후 계획을 직접 설명했다.

우선 유가족, 부상자, 인근 주민을 포함한 인적 지원에 전력을 기울이고 원인 규명 및 현장 수습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사장은 “우선 고인과 다치신 분들과 관련된 사항이 핵심적이고 중요하다”며 “현재 장례절차 및 관련 지원을 진행하고 있고 이번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입은 분들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심리상담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게 일부 생계비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현재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시작했는데 투명하게 있는 대로 결과가 나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고 덧붙였다.

최근 관계부처가 대형 사고가 발행한 현장의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의 안전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중대산업재해발생사실 공표 이외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명단 공개를 재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추락사고 예방대책’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도 현대엔지니어링의 도로·철도·굴착공사 현장 22곳에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날 주 사장이 사고 관련 발표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책임을 강조한 점, 다만 구체적 사실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주 사장은 공동도급사와 추후 손실보상 관련해 분담을 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은 이번 사고로 고통 받는 분들을 위로해야 하는 상황인데 책임소재를 운운할 사항은 아닌 것 같고 당사는 책임지는 자세로 실질적 위로 및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동시공한 현장이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책임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말씀드리고 있다”며 “다른 참여사와 이것을 논의한 적이 없고 참여사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예측, 향후 법적 대응 방침 등을 묻는 질문에도 “지금 책임소재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조사결과가 나오면 당장 저를 포함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있는대로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에 머리 숙여, 신뢰 회복 총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사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가족을 찾아 사과하겠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주 사장은 “개별적으로 피해자 10분 가족을 모두 직접 만날 예정이고 어제까지 6분의 가족을 만났다”며 “저를 만나시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도 있는데 나머지 4분의 가족도 최대한 허락되는데로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박상준 건축사업본부장 전무, 김정배 안전품질본부장 상무와 함께 주 사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대한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조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재차 답변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날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에서는 DR거더(보)의 고정장치가 없었다는 의혹, 작업자 안전 로프 미설치 의혹, 감리책임자인 한국도로공사가 거더 공사 관련 감리사실 여부, 런칭장비 운전사 및 신호사 소통 오류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주 사장은 “오늘 이 자리는 회사가 시공사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저희가 할 수 있는 답변을 드리고자 하는 자리”라며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확인을 못드리는 한계가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한 사실을 회사가 인지하고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해 달라는 등의 유사한 질문이 반복해서 이어지자 “이 자리에서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고 짧게 답하는 등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5월 전남 무안군 '힐스테이트 오룡'에서 대규모 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홍현성 전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낸 1주일 뒤 입주예정자협의회와 합의에 이르렀지만 신뢰가 훼손됐다는 평가는 피하지 못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지난해 3~8월 공동주택 하자 판정 건수에서 1위라는 불명예에 오르기도 했다.

주 사장은 시공 아파트 하자에 이어 사망사고까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안전·품질은 양보할 대상이 전혀 아니며 최우선의 가치이자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며 “법적인 요구사항을 떠나서 할 수 있는 점을 지속해서 보완하고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