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정부 안전강화 기조인데 대형 사고, 주우정 임기 초기 리스크 관리 시험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가 대형 안전사고로 위기 관리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 초반부터 대규모 사망사고 발생에 따라 위기관리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망 사고와 관련해 관계기관의 조사 이후 명확한 책임소재가 가려지겠지만 정부 안팎에서 안전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점, 추후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 등으로 볼 때 주 사장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안팎에 따르면 전날 서울세종고속도로 제29호선 세종-안성간 제9공구 건설현장(천용천교) 붕괴사고 원인이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였던 것으로 제기된다.

지금까지 파악된 사고경위로 보면 시공 과정에서 거더(보) 설치 장비가 설치를 마친 뒤 철수하는 과정에서 거더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상판에서 근무하던 현장 작업자 10명이 추락했다.

한국인 2명, 외국인 2명 등 작업자 4명이 사망하고 한국인 5명 및 외국인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서울세종고속도로 관련한 사고가 발생한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꾸렸고 국토부, 경찰청, 소방청,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다.

사고현장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 컨소시엄이 각각 지분 62.5%, 37.5%를 들고 참여하고 있다. 천용천교는 하도급사 장헌산업이 교량 제작을 수행하고 있다.

국토부가 현장 부실점검을 지적한 일부 보도를 놓고 설명자료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속단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처럼 실제 사고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은 자세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만큼 주우정 사장은 임기 초기부터 대형 중대재해로 불거진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은 것으로 보인다.

주 사장도 전날 사고 발생 이후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 등 후속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특히 별도 수습본부 설치 기준을 넘어서는 사상자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법 위반 여부를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용부는 사고 즉시 관할 고용노동지청에서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을 현장에 급파하고 해당 작업 및 동일한 작업에 관한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또 국토부 주관으로 구성된 사고대책본부에 관계기관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고용부 자체적으로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산본) 및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지산본)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3명 이상 사망하거나 5인 이상의 사상자가 나올 경우 중산본과 지산본을 설치한다.

현재 정부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 강도를 높이는 시기라는 점도 주 사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부는 전날 노동약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5년 ‘사업장 감독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법을 위반하는 기업을 향해 감독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과 함께 대표적 원·하청 구조로 산재사고가 많은 건설업, 조선업 등을 포함해 집중 지도를 펼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대재해 또는 임금체불 10대 건설기업, 전국적·사회적으로 이슈가 제기된 대규모 기업 중심으로 취약 분야 중심 통합·연계 감독을 실시하고 ‘특별감독’으로 재해 현장 중심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토부도 지난해 말 무안공항 참사 이후 안전대책 수립 및 관리감독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업계 사망사고 원인 가운데 가장 많은 추락사고 예방 관련 안전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건설현장 사망자는 207명으로 전년보다 15%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라며 “사망사고 절반을 차지하는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을 이달 말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5일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업자 명단을 공개하는 조항을 새로 두는 건설기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2023년까지 분기별로 내놓던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 발표를 중지했는데 건설사업자의 건설현장 안전관리 책임 강화를 통한 사고예방을 위해 건설기술진흥법의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정부 안전강화 기조인데 대형 사고, 주우정 임기 초기 리스크 관리 시험대

▲ 25일 오전 9시49분경 4명의 사망자가 나온 세종-안성간 고속국도 사고 현장 모습. <국토교통부>


올해부터 현대엔지니어링 수장에 오른 주 사장에게는 ‘빅배스(big bath, 대규모 부실털기)’ 이후 나아진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는 시선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사망사고라는 커다란 악재까지 겹친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프로젝트 등에서 예정원가 상승에 따라 1조 원이 훌쩍 넘는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다.

재무적으로 부실 우려 사안을 털어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실제로 향후 수익성을 얼마나 개선할지에 관한 의문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전날 ‘주요 건설업체 2024년 잠정실적 점검 결과’ 보고서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놓고 “특정 사업에서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인식할 정도로 원가 통제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전반적 사업경쟁력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 국내 산업 환경 저하, 해외사업 본원적 리스크 등을 보면 등급수준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손실 발생 원인이 소수 사업에 한정돼 있어 향후 발주처와 협상 등을 통해 단기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 현대자동차그룹의 우량한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유동성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대엔지니어링에 변수가 존재한다고 바라본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전날 사고가 수익성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행정처분 리스크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관측도 나온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고를 놓고 “설계 상의 문제가 아닌 시공 상의 문제가 맞다면 전면 재시공 가능성은 낮고 붕괴된 부분 재시공이 필요하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부담하는 비용은 제한적”이라며 “다른 기업의 앞선 붕괴사고 사례를 미뤄 보면 영업정지 부과 처분이 있을 수 있지만 취소소송 제기로 영업 활동은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전면 재시공) 2천억 원의 비용을 반영할 수 있지만 공정의 분절성을 고려할 때 300~350억 원 수준의 비용 반영을 전망한다”며 “다만 인명사고가 발생한 만큼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리스크는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사고 수습 등 후속 조치에 완벽을 기하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피해자 지원 및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필요한 조치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향후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