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테·쉬' 국내 이커머스 정조준, 대규모 투자에도 쿠팡 '넘사벽'

▲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 공략에 적극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쿠팡을 쓰러뜨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챗GPT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대표적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한국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 가능성이 커지자 이커머스 기업들이 미국 대신 한국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 내 독보적 1위인 쿠팡의 벽을 허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실현가능한 최선의 목표는 ‘2인자’ 자리를 굳히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일 이커머스 업계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올해 국내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며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테무는 최근 한국에서 오픈마켓을 열고 국내 판매자 모집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중국산 제품을 직구 방식으로 판매했지만 이제 한국산 제품까지 직접 유통하게 된다.

국내 판매자들이 테무에 입점한다면 상품 구성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위주였던 테무의 라인업이 한국산까지 확대되면서 제품 카테고리도 한층 풍성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테무 본사가 공개 입찰을 통해 국내 주요 물류업체와의 계약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CJ대한통운과 한진이 테무 직구 상품의 국내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지마켓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에이블리에 1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등 국내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G마켓의 가전, 에이블리의 패션 등 각 플랫폼의 전문 분야 경쟁력을 수혈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며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 직구 금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중국 직구 금액도 2023년보다 48% 증가했다. 중국산 제품이 저가 위주임에도 해외 직구 금액 1위를 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 건수와 빈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이커머스의 침투력은 거래 금액뿐 아니라 이용자 수에서도 확인된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에서 쿠팡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 같은 적극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쿠팡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월 온라인 쇼핑 카드 결제 금액 톱10에서 쿠팡이 3조900억 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알·테·쉬' 국내 이커머스 정조준, 대규모 투자에도 쿠팡 '넘사벽'

▲ 쿠팡이 1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며 물류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 물류센터 내부. <쿠팡 뉴스룸>


반면 알리익스프레스의 결제 금액은 1119억 원으로 쿠팡의 3.6%에 그쳤다. 테무와 쉬인은 순위권에 진입하지도 못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마켓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마켓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G마켓과 옥션의 결제 금액을 합산해도 쿠팡의 12.3% 수준인 5871억 원에 불과하다. ‘넘사벽’ 쿠팡과의 격차를 좁히기엔 갈 길이 멀다.

이용자 수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지만 쿠팡과의 격차는 뚜렷하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260만 명이다.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899만 명, 테무는 813만 명으로 집계됐다. 두 플랫폼의 이용자 수를 합쳐도 쿠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쿠팡 추정 매출이 약 4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커머스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매출 규모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쿠팡은 ‘쿠세권(쿠팡 역세권)’ 형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14년 이후 10년 동안 물류망 구축에 약 6조 원을 쏟아부었으며 2026년까지 3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물류센터 9곳을 새로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쿠팡은 2027년까지 전국을 로켓배송 권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물류센터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전국 30여 곳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데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시스템까지 도입하며 배송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배송 경쟁력 격차를 좁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가격을 58% 인상했음에도 ‘탈쿠팡’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강력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로켓배송 등 멤버십 혜택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렇듯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최근 급변하는 미국 시장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로 이커머스 업체들이 미국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기 시작한 영향이다. 

기존에는 800달러 미만의 소액 수입품에 관세가 면제됐지만 해당 기준이 폐지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모든 중국산 제품에 추가 10%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중국의 주요 플랫폼들도 운영 방식을 바꾸고 전략을 재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물론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집중하더라도 미국시장 공략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들은 미국 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테무는 기존 본사가 가격 책정과 물류를 일괄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자가 직접 미국으로 상품을 배송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로 인한 원가상승 부담을 판매자가 직접 떠안거나 가격 인상을 통해 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쉬인 또한 올해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업체에 대해 높은 매입가를 보장하고 주문량 확대 및 납품 기한 연장 등의 혜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