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작심 비판했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며 수위조절에 나섰다.

김 전 지사의 ‘이재명 때리기’에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때리기' 김경수 지지층 반발에 톤다운, 탄핵정국 보며 기회 노릴 듯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국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갈무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5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른 나라에서 유례가 없을 야당 대표에 대한 탄압에 이재명 대표가 잘 버텨내고 민주당도 똘똘 뭉쳐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 선포 이후 민주당이 계엄 사태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해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했던 설 연휴 메시지나 자신을 비판한 민주당 인사들을 향해 ‘서로 고함치지 말자’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재명 민주당 체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셈이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이 대표가 민주당을 떠난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자신의 지적도 특정 정치인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전 지사의 ‘사과 요구’를 두고 "총선 공천 탈락자나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에게 이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냐"라고 하는 강한 반발이 일었다.

김 전 지사는 “저는 민주당을 탈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글을 올렸을 때도 정치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오랜 민주당원들도 탈당하신 분들도 많아 (그 분들을 품어야한다는 뜻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에 대한 평가 대목에서는 이 대표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이재명의 부족함’이라고 비판했는데, 임 전 실장과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사실 민주당 지지층들 사이에서 지난 대선 패배 원인을 두고 ‘문재인 정부를 향한 실망’과 ‘이재명 후보의 경쟁력’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는 이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견해를 내놓았다.

김 전 지사는 임 전 실장의 '대선 패배는 이재명 때문' 발언에 관한 질문에 “지난번 대선은 모두가 조금씩 잘못했다는 평가가 제일 정확한 평가”라며 “이전 정부에 대한 평가도 문제가 있었던 걸 시인하고 잘 극복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면서 극복을 해야지 지금에 와서 시시콜콜 이러니저러니 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 전 지사가 '톤다운'에 나선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반응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김 전 지사가 지난달 29일 이 대표 비판 메시지를 올린 뒤 민주당 당원게시판을 비롯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전 지사의 행보를 성토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12.3 계엄 상황에서 적극적 역할을 했던 이 대표와 비교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김 전 지사가 조기대선에 발맞춰 이재명 때리기에 나섰다면서 부정적 반응이 보였다.

정부여당이 '윤석열 지키기'에 나서면서 ‘내란 진압’이 아직 완수되지 않았는데 김 전 지사가 첫 행보로 내부 비판을 선택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전 지사의 민주당 비판에 관해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보면 지금이 그럴 때냐는 말씀을 많이 주신다”고 말했다.
 
'이재명 때리기' 김경수 지지층 반발에 톤다운, 탄핵정국 보며 기회 노릴 듯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 전 지사와 함께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합쳐 ‘신3김’이라 부르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경쟁군을 형성하고 있는 이른바 '비명계'(반명계) 핵심 인물들이다.

이들 가운데 김 전 지사로서는 복당 전부터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대표의 '대항마'로 인식되는 상황에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 측은 이날 민주당 경남도당에 복당을 신청했다고 공지했다.

김 전 지사는 “(제가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라는 건 너무 앞서간 얘기”라며 “우리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대선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를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친문(친문재인) 적자’라는 상징성을 가져 비명(비이재명)·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톤다운’은 다른 비명계 대선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치행보를 재개하면서 대선출마 몸풀기에 들어간 김부겸 전 총리도 이재명 대표와 대립하려는 게 아니라 이 대표가 여러 목소리를 품어야 대선승리 가능성이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김 전 총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가장 압도적인 이렇게 선두 주자인 우리 이재명 대표가 탄핵에 찬성하는 세력을 전부 다 엮어서 ‘다음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호소하는 것만큼 안전한 대선 전략이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또한 “저희들을 지켜보는 지지자들께서 확실한 징표(윤석열 탄핵인용)가 나타나기 전까지 대선 이야기를 하는 데 거북해 하시더라”며 비명계 대선 주자들을 향한 민주당 지지층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인지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와 별도로 김경수 전 지사의 태도 변화가 향후 개헌론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김 전 지사를 비롯해 김부겸 전 총리,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등 비명계 인사들은 최근 일제히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반면 이 대표는 지난 1월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개헌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비명계의 개헌론에 이 대표 지지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현실성 없는 ‘대통령 권한 줄이기’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며 비판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힘을 싣으면서 ‘의원내각제’를 주장해오던 김진표·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이 움직임에 나서자 더욱 부정적 반응이 크다.

그런데 김 전 지사는 개헌론에 관해서도 대통령의 계엄선포 권한을 줄이는 등 국민들의 불안감을 낮추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며 '소극적 개헌론'을 펼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다음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계엄을 방지할 수 있는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한다”며 “제2의 윤석열, 제2의 계엄이나 내란이 없도록 만드는 개헌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비명계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나선 것은 대통령 탄핵 문제가 일단락 되고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 할 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전 지사는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것인지 묻자 “지금은 내란 세력을 단죄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되는 시기”라며 “힘을 모아 나가면서 적절한 시기가 됐을 때 어떤 역할을 할지는 그때 가서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총리도 대선에 나설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엄중한 상황이고 탄핵 문제 등 정국의 불안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돼야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