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단기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해외사업에서 현대자동차그룹발 일감 감소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원자력 발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에너지 분야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수주에 나서 그룹사 해외 일감 공백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그룹 일감 감소를 해외 에너지 수주로 대응, 이한우 주우정 리더십 교체는 변수

▲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 형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해외건설 명가의 자존심을 지킬 지를 놓고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올해부터 두 회사를 이끄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의 내실경영 움직임은 적극적 해외수주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금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일감을 확보하면서 국내 건설사 누적 1조 달러의 해외 수주를 주도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첫 해외건설인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의 주인공인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1455억 달러(14.5%)를 수주해 모든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천억 달러, 비중 10%를 넘겼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금까지 731억 달러 규모의 해외수주를 기록하며 비중 7.3%로 전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별로 봐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핵심 지역인 중동, 아시아, 북미·태평양 등에서 고르게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를 이끌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건설 명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지만 두 건설사 해외수주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북미·태평양의 현대차그룹 계열사 일감 발주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로 ‘미국 내 제조사 공사 감소’를 꼽았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힘입어 국내 제조사가 발주한 미국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공장 건설은 2021년 9억4천만 달러에서 2022년 29억4천만 달러, 2023년 91억2천만 달러까지 크게 확대됐다.

다만 국내 제조사들이 관련법에 따른 1차 설비투자를 마치고 후속 투자 시점을 재검토하면서 지난해에는 미국 내 공사규모가 35억8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1%나 급감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하는 현대차그룹 발주 공사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4월 착공한 조지아주 전기자동차 전용공장(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을 시작으로 SK온 및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공장 등 미국 투자를 진행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대규모 건설투자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2023년 주요 신규 계약 공사목록을 보면 현대차-SK온 배터리공장(17억5천만 달러),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12억 달러), 미국 HMGMA 현대 글로비스 신축공사(1억7700만 달러) 등 미국 그룹사 공사를 다수 수주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들어 현대차-SK온 배터리공장(8억9600만 달러) 일감을 확보했다.

올해는 현대차가 기업공개(IPO)를 거쳐 4조 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한 인도 등에서 추가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최대 규모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만큼의 건설공사가 나올 지를 놓고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렇듯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계열사 공사 수주 공백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수주 이어갈 수 있는 주력 분야로 에너지 분야가 꼽힌다.

현대건설은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4기 가운데 22기의 시공 주간사를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 설계계약(ESC)을 통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해외 대형원전 건설 재개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건설은 올해 안에 코즐로두이 원전 2단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사 규모가 8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만큼 현대건설의 해외 일감 걱정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대형원전을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해체, 사용후핵연료 시설공사까지 원전 전 주기에 걸친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워뒀다.

이외에도 지난해 11월 7억2500만 달러 규모로 수주한 ‘사우디 리야드-쿠드미 500kV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 건설공사’처럼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초고압직류 송전선로 관련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OCI에너지의 미국 텍사스주 힐스보로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분야 역량을 기존 EPC에서 운영까지 확장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2조 원 이상으로 알려진 세르비아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EPC 계약을 따냈다.

세르비아 태양광 프로젝트는 1.2GW(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고 400MWh(메가와트시)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사용해 소비처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또 지난해부터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협력해 유럽 및 남미 권역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바라보고 있는 해외 에너지 관련 분야는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은 2022년을 기준으로 2040년까지 95% 감소해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2050년 원자력 발전량은 2022년의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및 송배전 등 전력망 투자는 2022년보다 각각 3배, 2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그룹 일감 감소를 해외 에너지 수주로 대응, 이한우 주우정 리더십 교체는 변수

▲ 현대차그룹은 불황을 맞은 건설업 위기 극복과 체질개선을 위해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왼쪽)와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을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선임했다.


다만 이한우 대표, 주우정 사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구축된 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 리더십은 향후 두 건설사가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해외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급격한 외형성장과 비교해 후퇴한 수익성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대표와 주 사장이 방향키를 쥔 뒤 내실을 다지기 위한 원가 재점검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성장세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만큼 향후 해외수주에 신중히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2021년 18조 원대였던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연결기준 매출은 2023년 30조 원에 육박했고 지난해에는 33조 원 이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3년 만에 85% 이상 확대된 것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1년 7535억 원에서 등락을 거쳤고 지난해 국내외에서 일시적 비용이 발생한 데 영향을 받아 6천억 원 안팎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 증가 폭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단순 수치보다 더 크게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대건설이 1년 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영업이익 65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현대건설 및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변경과 맞물린 원가율 현실화 작업 관련 비용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이한우 대표에게 에너지 분야 중심의 전략적 투자 확대로 업계 내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동시에 두 수장에게 모두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 극복과 근본적 체질개선 가속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건설 관련 분석보고서에서 해외 원가 반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형원전, SMR, 준자체사업 등 장기 성장 요인을 보유했고 업황 개선 때 이에 관한 프리미엄이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