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의 미래 방향성을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로 설정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실기를 경험한 삼성전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에 적합한 저전력 고효율 HBM 시장에서 반전을 노릴 전망이다. 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저전력 LPDDR과 그래픽용 GDDR D램 판매 역시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AI 반도체 등 AI 관련 하드웨어 인프라에 주력해온 엔비디아가 현실에 AI를 적용한 로봇과 자율주행차로 미래 방향성을 설정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AI 산업이 궁극적으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피지컬 AI’로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의 핵심은 AI 반도체가 아닌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가상공간에서 학습하도록 돕는 ‘코스모스 플랫폼’과 자율주행차용 컴퓨팅 플랫폼 ‘토르’였다.
황 CEO는 “로봇을 위한 챗GPT 시대가 오고 있으며, 코스모스 플랫폼은 거대언어모델(LLM)과 마찬가지로 로봇과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기본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5’에서 기조연설(키노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와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면서 관련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CEO는 피지컬 AI 시장이 50조 달러(약 7286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AI 반도체용 HBM에서 실기를 경험한 삼성전자 반도체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에도 HBM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어 새로운 HBM 공급 시장이 열릴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는 주변 환경을 빠르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다.
사용자의 운전이 전혀 필요치 않은 완전자율주행 단계에서는 1초에 5천조 회 연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동화 자동차에 탑재되는 LPDDR이나 GDDR D램 만으로는 이를 처리하기에 부족해, 넓은 대역폭을 지닌 HBM이 필수로 요구된다.
다만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은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배치되는 AI 반도체와 달리 전력 공급이 제한돼있고 외부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전력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강화된 HBM이 필요하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품질 기준 ‘AEC-Q100’의 최고 등급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155도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해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주최한 ‘자동차 전장 포럼 2024’에서 ‘자동차용 7세대 HBM4E’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HBM 로드맵에 따르면 해당 HBM4E는 2027년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전장을 올해 4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고 6세대 HBM4 개발을 위한 메모리반도체 투자를 강화하는 만큼, 차량용 HBM 개발 역시 힘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HBM 외에 LPDDR과 GDDR D램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에는 HBM이 담당하는 대규모 연산 외에 수많은 AI 칩을 위한 D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연 기관 자동차에 200~300개 반도체가 탑재됐던 것과 비교해 미래 전동화 자동차에는 3천 개가량의 반도체가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GDDR 메모리 반도체 소개 이미지. <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는 LPDDR과 GDDR D램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해 성장하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시장에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오는 2월 국체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공개할 GDDR7 메모리 반도체는 24기가비트(Gb) 용량에 초당 42.5Gbps(초당기가비트)인 업계 최고 전송속도를 가지고 있다.
마이크론의 GDDR6X 전송 속도는 절반가량인 24Gbps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GDDR7은 평균 32Gbps에 특정 환경에서 최대 40Gbps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저전력 LPDDR은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다양한 센서를 통해 감지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고 처리하는 것을 돕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동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차용 컴퓨팅 플랫폼 ‘토르’ 역시 LPDDR을 탑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가 로봇과 엣지 컴퓨팅 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젯슨’ 제품군은 LPDDR D램을 사용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12나노로 만들어진 0.65mm의 업계 최소 두계 LPDDR5X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오는 2월 ISSCC에서는 한 단계 더 발전한 5세대 10나노 D램 공정으로 만든 LPDDR5를 공개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8년까지 전 세계 차량용 D램 시장은 연평균 연평균 16%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2028년 시장 규모는 73억6300만 달러(약 10조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