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23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주재하기에 앞서 기념 촬영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내며 리더십을 보인 우 의장이 여야에 경제를 강조하며 민생국회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며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우 의장이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내란·김건희)법안 등 쌓여있는 난제까지 안정적으로 조정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이 더욱 커질 지 주목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담에서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국정공백 수습책을 논의할 국정협의체를 오는 26일 처음 열기로 합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정협의체를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으나 우 의장이 협의체 출범 필요성을 거듭 설득해 여야 합의를 이뤄냈다.
여야는 우 의장이 제안한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국정협의체 참여 주체와 방식도 합의를 봤다.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국정협의체 참여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자 첫 회의에서 여야 당대표와 국회의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참여하고 그 다음부터는 여야 원내대표의 실무 회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요구를 우 의장이 어느 정도 수용해 합의를 이룬 모양새다.
소신을 갖고 여야와 정부 사이에서 역할을 수행해 온 우 의장은 특히 12·3 비상계엄이 발생한 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정국에서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많다.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한 우 의장은 즉각 계엄해제 요구안 상정을 위한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혀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으로 불러 모았다.
또 계엄해제 요구안의 신속한 상정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위법한 계엄선포를 해제하는 국회는 오히려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계엄령이 해제된 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우 의장이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때까지 구내식당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개량한복을 입은 채 의장실에서 숙식하는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인상 깊은 모습을 남겼다.
여기에 우 의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국회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나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지난 20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관광협회중앙회·외식업중앙회·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우 의장은 소상공인과 간담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내수 진작을 위해 추경(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한 때"라고 말해 직접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우 의장의 행보에 국민들도 우호적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41%)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15%)는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21%)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우 의장은 1%의 지지를 받았다. 1%라는 수치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으나 여론조사 방식이 자유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우 의장을 대권주자로 인식하는 지지층이 생겨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 의장이 앞으로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정국에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여야와 한덕수 권한대행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정치적 쟁점을 풀어주는 역할로 존재감이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당장 우 의장은 내란 상설특검에 관해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며 빠른 절차 이행을 요구해 온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가 대통령실에 (내란 상설특검) 후보추천위 구성을 통지한 것이 지난 10일인데 총리가 권한대행을 개시하고도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가 열흘째 지체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은 오늘(23일)중으로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의무를 이행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한 권한대행이 권한 행사를 저울질하고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 일반특검법안 등의 사안에서도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우원식 국회의장.
우 의장이 커진 존재감을 바탕으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 의장은 지난 19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자 “임기가 2026년 5월30일까지”라면서도 “(대선 출마는)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를 놓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야권의 압도적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더욱 강화된 가운데 우 의장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반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의장으로서 쌓아온 긍정적 평가도 깎아내려질 수 있는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기대선이 치러지더라도 그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결과에 따른 사법리스크가 재점화 된다면 우 의장이 민주당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우 의장이 이번 탄핵정국에서 안정적 리더십을 보여 국회의장이 끝난 뒤에도 정치적 행보를 계속할 수 있는 자산을 쌓은 것은 분명해보인다”라면서도 “그러나 현재 민주당 내부의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지 않는 한 우 의장이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정치인 신뢰도 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