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하이브 자회사인 어도어 소속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데다 창업주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둘러싼 상장 관련 잡음이 이어지고 있어 이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 하이브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사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3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여러 문제로 꾸준히 부정적 여론에 휩싸이면서 기업 이미지 훼손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근 창업주인 방시혁 의장이 하이브(당시 빅히트) 상장을 앞두고 일부 사모펀드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이 공개됐다.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 전인 2018년과 2019년에 사모펀드 2곳과 기업공개를 기한 내에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방 의장이 기한 안에 기업공개에 실패할 경우 사모펀드의 지분을 되사기로 하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과 함께 상장에 성공하는 경우 사모펀드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차익의 30%가량을 받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하이브가 이를 한국거래소에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방 의장은 2020년 10월 하이브 상장 이후 사모펀드의 지분 매각에 따라 발생한 차익의 30%로 약 4천억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방 의장은 이를 하이브의 지배력 강화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브는 이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는 하이브가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해당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하이브를 향한 추가적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이브의 행보가 기업의 상장 과정을 둘러싼 소액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이브는 내부적으로도 혼란한 상황인 것으로 여겨진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뉴진스는 기존 연예인들이 매니지먼트 회사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법적 공방을 벌였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뉴진스는 전속계약 해지 서류를 어도어에 보냈으니 이 조치로 전속계약은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은 11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한 만큼 전속계약이 해지됐다”며 “가처분 신청 등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이 끝났는 지도 판단이 안 되지만 실제로 뉴진스가 하이브에서 이탈한다면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방시혁 창업자의 주주간계약 문제와 뉴진스의 어도어 전속계약 해지 선언 모두 하이브에게는 신경이 곤두서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이재상 대표 입장에서는 하이브 지휘봉을 잡은 지 반 년도 되지 않아 연달아 사건이 터지면서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상 대표는 그동안 뉴진스 문제가 언급될 때 본질적 가치를 지키면서 묵묵히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뉴진스의 대응이 하이브의 법적 대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해석한다.
전속계약 해지 소송은 통상 1년에서 2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뉴진스 입장에서는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법적 소송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만큼 어도어 측에 책임을 돌리는 쪽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 하이브(사진)가 최근 안팎의 논란이 불거진 데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입고 있다.
이 대표가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선언에 강하게 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여겨진다. 뉴진스는 어도어가 자신들을 성실하게 관리하지 않았고 다른 레이블에서 직장내 괴롭힘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어도어가 뉴진스를 향해 소송한다면 이런 구도를 사실상 공식화하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 상장 논란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방시혁 창업자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주주간계약 당사자가 아닌 하이브의 수장이 논란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상 대표는 올해 9월 하이브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새 대표로 선임됐다.
이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하이브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될수록 기업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특히 멀티레이블 체제를 펼치고 있어 기업이 구설수에 오르면 여러 레이블에 여파가 미칠 우려가 존재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을 놓고 봐도 기업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팬덤 형성에 기업 이미지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논란이 계속된다면 수익구조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이브의 레이블 확장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이브는 자체적으로 아티스트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중소 레이블을 인수해 아티스트를 확보하고 있는데 앞으로 추가적으로 레이블을 인수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엔터 회사에게 기업 이미지는 알파이자 오메가”라며 “제조업이 아닌 팬덤 사업이 사실상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아티스트 이미지뿐 아니라 소속사의 인지도 등도 주요 요소인 만큼 이미지 관리가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