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려던 2025년도 감액 예산안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상정 보류로 법정시한을 넘겨 오는 10일까지 1주일이라는 협상기간을 갖게 됐다.

우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논의를 촉구했지만 여야는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버티기 모드’에 돌입해 협상이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법정시한 넘긴 감액 예산안 협상 여야 '버티기' 모드, 동상이몽 속내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여야 모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업들이 있는 만큼 항목별로 ‘주고받기식’ 협상이 이뤄지는 모양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보고 (감액 예산안을) 사과하라고 하는데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한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털끝만큼이라도 민생과 경제회생을 바란다면 (사과 같은) 얼토당토않은 소리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회생을 위한 증액예산안부터 만들어서 갖고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킨 예산안 철회와 사과를 2025년도 예산안 재협상 조건으로 내세우자 이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안 합의를 위해서는 삭감된 항목과 사업에 대한 여야의 이견을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러가면서 아직까지 물밑협상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예산안 협상 관련 질문에 “추 원내대표 얘기를 들어보면 물밑 협상이 아니라 (협상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거 아닌가”라며 “지금 (여야의) 예산안 물밑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은 합의가 안 되더라도 여야 모두 협상 없이 감액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키는데 부담을 갖고 있는 만큼 오는 10일까지, 또는 아무리 늦어도 12월 말까지는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은 예산을 통해 개별 의원들의 지역공약을 지켜야하고 국민의힘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감액 예산안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당이 지금 세게 나오긴 하지만 다수당이고 이번에 총선 치르면서 지역에 약속한 게 정말 많이 있다”며 “예산 투입이 안 되면 헛된 공약이 되고 공약을 못 지킨 초·재선 의원은 앞으로 그 지역에서 활동하기가 어렵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대통령실도 야당이 예산안 통과 안 시켜줬으니까 국정운영 못한다는 메시지는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막판 협상 가능성을 점쳤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러 지역의 사업들이 있는데 증액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게 예산심의권을 제대로 보여준 것인지 모르겠다”며 “(감액 예산안은) 결국 나중에 민주당이 원하는 여러 예산들을 확보하기 위한 겁박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일 여야의 협상이 재개됐을 때 민주당이 협상으로 예산증액을 요구할 대표적 항목으로는 ‘이재명표 사업’으로 평가되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유지’ 등이 꼽힌다.

실제 민주당은 2일 최고위원회의장 백드롭(뒷배경)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원, 민생 돌본의 마중믈로 쓰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법정시한 넘긴 감액 예산안 협상 여야 '버티기' 모드, 동상이몽 속내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생예산과 R&D, 국민안전 예산을 대거 삭감 처리해 놓고 지역사랑상품권 2조 원 예산을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증액 요구를 비판했다.

이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고속도로 관련 예산도 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항목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1일 경북 포항전통시장상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전기부족으로 나라가 난리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럴 때 송전망이라든지 재생 에너지 생산시설을 지으면 지방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합의했었던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2천억 원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계통 수용성 증진사업 169억9600만 원, 에너지·자원사업 특별회계 960억5600만 원 증액을 협상할 수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2025년부터 지방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전액을 부담토록 한 ‘고교 무상교육’ 예산도 국비 지원예산 증액을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교 무상교육은 2019년 도입된 사업으로 고등학교 수업료와 교과서비, 학교 운영지원비 등을 전액 면제해주는 정책이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2024년 기준 총예산 1조9872억 원 가운데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39억 원, 지자체가 994억 원을 부담했다. 관련 예산을 되살린다면 9천억 원이 넘는 증액이 필요한 셈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27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고교 무상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조원 이상 삭감된 정부 예비비의 원상복구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정부가 4조8천억 원 규모로 편성한 예비비를 2조4천억 원으로 줄였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코로나19 유행 이후 정부 예비비 규모가 1조5천억 원을 넘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복수언론에 2022년 4조9천억 원을 집행했다고 반박할 만큼 예비비 삭감에 대한 반감이 크다.

여기에 전체 505억 원 예산 가운데 497억 원이 삭감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우선 증액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동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책정 금액의 98%를 깎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검찰과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도 협상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한 대변인은 “범죄 수사와 공무원 감찰 업무의 위축은 국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막판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갖고자 각자의 주장을 앞세워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오는 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당원들과 함께 규탄 집회를 열고 민주당의 내년도 예산안 일방 처리를 규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이 민생의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에 따른 책임도 민주당이 져야할 것이라 압박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에 민주당은 용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은 예비비나 특활비 등을 감액한 ‘나라 살림 정상화’라며 이를 두고 민생과 나라살림 운영이 제대로 안될 것이라는 여권의 주장은 거짓선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 외희에서 “민주당은 필요성이 소명된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수업무경비(특경비)는 감액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경호처의 특활비와 특경비는 필요성이 소명돼 원안대로 반영되었고 증빙되지 않은 권력기관의 쌈짓돈만 감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