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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의 꿈까지 담보로 내건 신동빈, '역대급 인사'로 롯데그룹 대대적 쇄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11-28 16: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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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의 꿈까지 담보로 내건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역대급 인사'로 롯데그룹 대대적 쇄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역대 최대 규모의 정기 임원인사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칼을 뽑았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신격호 창업주의 꿈인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내놓은 상황에서 대대적 인적쇄신 이외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화학 계열사 13곳 가운데 10곳의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만 봐도 신동빈 회장의 쇄신 의지가 매우 강력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신 회장은 다만 조직을 안정화하고 굵직한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 부회장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수뇌부를 흔드는 것이 그룹의 위기 타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8일 롯데그룹이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는 ‘역대급 쇄신’이라는 한 마디로 축약된다.

롯데그룹은 이날 인사에서 전체 임원 규모를 2023년 말보다 13% 줄였다. 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 줄였던 임원 규모보다 더 큰 폭이다.

최고경영자(CEO)도 전체의 36%인 21명을 대거 교체했다. 이 역시 롯데그룹이 여태껏 실시한 대표이사급 교체 인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롯데그룹이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신동빈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다른 경영공백 상황을 겪을 때 실시했던 인사보다도 강도가 더 세다. 롯데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 인사의 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현재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실적 부진에 따라 회사채 재무특약을 준수하지 못해 원리금 상환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최근 ‘롯데그룹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속칭 ‘지라시’까지 돌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27일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은행보증의 담보물로 롯데월드타워를 내놓은 것은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창업주의 꿈’이자 ‘숙원사업’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의 상징이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는 37년 전인 1987년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오랜 기간 진통을 겪은 끝에 2010년 착공해 2016년 말 완공했고 2017년 4월 개장했다. 공사비로만 약 4조3천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가치는 6조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유산과 같은 롯데그룹의 상징을 담보로 내걸었다는 것은 롯데그룹이 현재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려있다는 의미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 회장의 이번 인사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바로 롯데그룹의 전략 전문가로 꼽혔던 이훈기 롯데그룹 화학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의 퇴진이다.

이훈기 사장은 신 회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는 롯데그룹의 키맨으로 꼽혀왔다. 바이오와 헬스케어, 렌털 등 사업적 성격이 다른 계열사를 종횡무진 누볐다.

2020년 8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에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역량을 발휘했다. 이 사장은 당시 인수합병과 미래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해 롯데그룹의 새 먹거리사업인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를 출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 수렁에 빠진 롯데케미칼에 긴급 투입된 것도 신 회장의 신임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대표적인 전략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이 사장에게 체질 개선의 임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손익을 돌려세우는 데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설상가상 그가 초대 대표를 맡았던 롯데헬스케어 역시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이 사장은 이런 이유를 들어 신 회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는데 신 회장 역시 현재 위기에 이를 반려하기보다는 새 적임자를 발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쇄신 분위기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이원직 대표이사를 교체하기로 한 것도 이번 인사가 변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진출에 기여한 인물로 2021년 8월 롯데그룹에 영입됐다. 당시 ESG경영혁신실 산하 신성장2팀 팀장을 맡아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에 기여했으며 초대 대표로 기용됐다.

최근까지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였지만 약 2년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삼성그룹과 SK그룹, 셀트리온 등이 바이오사업에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롯데바이오로직스로서는 설 자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경영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도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부 대표이사를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이번 쇄신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다만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부회장단은 모두 유임하면서 ‘역대급 쇄신’ 흐름 속에서도 ‘안정’을 꾀했다.

이른바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부회장단에게는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롯데그룹 위기에 책임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전적으로 이 부회장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지만 총괄이라는 역할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키며 신 회장의 신임이 여전히 강한 임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동우 부회장 이외에도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모두 자리를 지켰다.

식품 계열사들이 그나마 롯데그룹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라는 점, 유통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반등에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 등을 인정한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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