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공세’에 포스코 두번째 공장 셧다운, 장인화 실적악화·파업·중대재해 ‘3대 위기’ 직면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2024-11-20 14: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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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화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실적 악화, 파업 위기, 중대재해 등 3개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장 회장이 올해 3월2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6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올해 3월 취임한 이후 8개월 만에 장 회장은 실적 악화, 파업 위기, 산업현장 중대재해 등 3중고에 직면했다.
20일 포스코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는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등에 따른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지난 19일 포항제철소 1선재 공장 전격 폐쇄를 결정했다.
1선재 공장은 45년 9개월 간 가동을 마치고 셧다운에 들어간다. 1선재 공장 폐쇄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 공장에 이은 두 번째 셧다운이다. 선재는 철사와 같이 단면이 원형인 철강 제품으로 강선, 와이어로프, 용접봉 등을 만들기 위한 중간 소재로 사용된다.
1선재 공장은 1979년 2월 가동을 시작해 두 차례 개선작업을 거쳤고, 총 2800만 톤을 누적 생산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못·나사의 재료로 쓰이거나, 타이어코드·비드와이어 등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로 활용돼왔다.
회사는 이번 1선재 공장 폐쇄를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 지속,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설비 노후화 등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저가 선재 제품의 수입이 지속됨에 따라 시장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며 “노후화 설비의 경쟁력과 수요감소의 영향을 감안해 품질과 관계 없는 가격 중심 저가재 시장 공급을 축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지난 3월21일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왔다. 그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전략 미부합, 저수익 사업, 불용 자산 등 120개의 구조 개편 계획을 예고했다.
이후 올해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저수익 사업 55개, 비핵심 자산 70개를 개편, 이를 통해 2026년까지 2조6천억 원의 현금 유입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회사는 이 제철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철소는 쇳물에서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회사의 첫 해외 일관제철소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사업 재편 등 장 회장의 노력에도 실적은 저조했다. 특히 올해 3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74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9% 감소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철강 부문에서는 중국 철강 수요 부진 지속과 가격 하락 영향으로 중국 법인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와 함께 노조 리스크도 장 회장이 해결해야 할 큰 산이다.
▲ 포스코 사내 하청 광양지회가 20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에서 임금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직접 임단협 교섭에 나설 것을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회사는 1968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를 맞고 있다.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과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기본급 8만 원 인상, 일시금 600만 원 지급 등을 제시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올해 11차례 교섭했으나 아직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절차를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단을 판단하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갖게 된다.
노조는 이미 파업에 대비해 지난 7일 임시 대의원회를 열어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파업 가능성을 열어둔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82%의 압도적 지지로 포스코 노조 역사상 첫 노조위원장 재선에 성공한 점도 사측의 불안 요소다.
만약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장 회장은 창사 이래 56년 만의 역사상 첫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 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독자 제공>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일 회사 포항제철소 쇳물 생산 3파이넥스 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1, 2월에 이어 이번 화재까지 올해만 4차례에 걸쳐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 44대와 인력 121명이 투입됐다. 특히 이번 화재로 인해 근무자 7명이 대피하던 중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인근 주민들은 공포 속에서 떨어야 했다.
이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차량에 검은색 재가 덮이거나 그을음이 생기는 등 물질적 피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인근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해서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포항 참여연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와 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또 지난 10일 사고에 따른 충격파와 폭발음으로 많은 시민이 고통을 받았다며 피해보상 소송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김석훈 포항 참여연대 공동위원장은 “피해 보상 방안이나 화재 원인 해명 또는 재발 방지 약속 등에 대한 브리핑은 시민들에게 전혀 없었다”며 “현재 인근 주민들의 피해 현황을 수집하는 등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 사건 말고도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 재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회사 현장에서 21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고, 상해 사고만 155건이 발생했다.
장 회장 취임 이후에도 현장 안전사고는 사라지지 않았다. 취임 이후 현재까지 포스코 현장 폭발·화재 사고로 부상을 입은 근로자는 5명이었다.
한편 장 회장은 회사 경영악화에 따라 최근 10년 차 이상 장기 근로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은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포스코 그룹 철강부문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이 실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