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에이럭스 코스닥 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도석 한국IR협의회 상무,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치헌 에이럭스 대표이사, 이다인 에이럭스 대표이사,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
[비즈니스포스트] 의료용 기기 제조업체 토모큐브가 코스닥 시장 상장 첫 날인 지난 7일 공모가(1만6천 원) 대비 37%나 내린 1만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이 열리자마자 25% 하락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첫날 30%대 하락은 드문 일이다.
이 회사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967대1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1만3400원을 초과한 1만6천 원으로 확정됐다.
이른바 ‘상초기업’으로 증시에 데뷔했지만 이후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지난 14일(종가 1만1120원) 현재 여전히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상장한 닷밀(실감미디어 기술 컨텐트업체)의 첫날 주가는 공모가(1만3천 원) 대비 33.7%나 떨어졌다.
이 회사 역시 시초가부터 공모가보다 낮은 9520원으로 출발했다. 수요예측에서 108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해 희망범위의 상단을 공모가로 확정했지만 증시에서 쓴 맛을 보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주가는 10.8%나 미끄러져 종가 7680원을 기록했다.
초등생 방과 후 교구업체 에이럭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 1일 공모가(1만6천 원) 대비 38% 하락한 채 마감했다. 증시 역사상 상장일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업체가 됐다.
새내기 공모주들이 증시 상장 첫날부터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상장한 10개 공모주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19%에 이른다. 더본코리아를 빼고 9개 공모주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상장한 34개 기업 중 27곳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를 지적한다.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고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증시침체나 기관투자자들의 묻지마투자 행태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에이럭스 주가는 상장 첫날 장이 열리자마자 공모가(1만6천 원)아래에서 출발하였다. 종가는 공모가 대비 38%나 하락한 9880원.
공모가 산정 요약표를 보면 비교대상 유사기업 2곳의 PER 평균값 51.56배를 에이럭스의 당기순이익에 적용하였다.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초등학생 수준에 맞춘 조립로봇 형태의 미니교구들이다.
에이럭스가 1차로 선정한 유사업체들을 보면 산업용 협동로봇업체 두산보로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소형건설장비업체 두산밥캣 등 익숙한 회사들이 등장한다.
물론 1차 유사기업군 대부분은 재무유사성, 사업유사성 등을 따지는 2차, 3차 단계를 거치면서 대부분 걸러진다.
최종선정된 유사기업은 2곳은 로보스타와 브이원텍이다. 브이원텍의 주력제품은 LCD와 OLED용 압흔검사기, OLED용 마스크 검사장비와 2차 전지 검사장비, 운반로봇 등이다. 로보스타는 산업용 로봇과 모빌리티로봇, 반도체장비, 트랜스퍼로봇 등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초등학생 교육용 교구업체와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 그리고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및 운반용 로봇업체 브이원텍은 뭐가 유사한 것일까.
지능형 로봇 솔루션과 3D 검사 솔루션 사업이 주력이라는 씨메스. 이 회사는 지난달 24일 상장(공모가 3만원) 첫날 종가가 2만3100원까지 하락했다.
공모가 밸류에이션을 요약한 표를 보면 '2026년 추정 당기순이익의 현재가치'에다 유사기업의 PER을 곱하여 씨메스의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미래이익추정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을 공모가 산정에 활용한 이유는 이 회사가 지금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적자기업 씨메스가 공모가 산정을 위해 선정한 국내외 유사 상장기업은 4곳은 어디일까. 이 4곳의 시가총액과 2023년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을 한번 들여다보자.
해외기업 가운데 키엔스(Keyence, 일본)는 세계적 산업 자동화 전문기업이다. 시가총액이 152조 원에 이른다. 2023년에 매출액 8조8370억 원, 영업이익 4조5570억 원을 기록한 곳이다. 영업이익률이 놀랍게도 52% 수준이다.
화낙(Fanuc, 일본)은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기계 분야에서 세계 선두기업이다. 시총은 39조원 수준이다. 2023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7조5647억 원, 영업이익은 1조4119억 원(영업이익률 18%)이다.
산업용 기계장비회사 코그넥스(Cognex, 미국)의 시총은 9조 원을 오르내린다. 2023년 매출액 1조933억 원, 영업이익 1706억 원을 기록한 곳이다. 이 회사도 영업이익률이 두자리수(16%)다.
유일한 국내기업으로, 반도체장비 및 산업용 보조로봇을 제조하는 라온테크는 2023년에 매출액 345억 원, 영업이익 19억8천만 원을 기록하였다. 시총은 920억 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씨메스의 손익은 어떨까. 2023년 매출액 76억4천만 원에 영업적자 99억9천만 원을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액은 19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영업적자는 75억4천만 원에 이른다.
씨메스는 2026년 예상 순이익을 현재가치화한 금액(75억5600만 원)에다 국내외 유사기업 4곳의 평균 PER(45.12배)를 곱하고 할인율을 적용하여 희망공모가 밴드(2만 원~2만4천 원)를 제시하였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청약이 몰려들면서 확정공모가는 3만 원으로 결정되었다.
연 매출액 몇십억 원에 매출보다 영업적자가 더 큰 기업이 150조 원 시총에 영업이익률 50%가 넘는 세계적 기업의 밸류를 활용하여 상장할 수 있는 게 우리 증시의 현실이다.
초등생용 교구업체가 아무렇지도 않게 산업용 장비업체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할 수 있는 것 또한 한국 증시의 현실이다. 새내기주 급락의 이면에는 이처럼 희한한 공모가 산출의 세계가 있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