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11-14 15: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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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것은 고급화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 것이 이커머스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사진은 파페치 상장 당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외벽에 걸렸던 파페치 현수막.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의 패션사업이 좀처럼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며 부담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공산품 중심의 ‘편리함’을 무기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급화’과 ‘전문성’과 관련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거론된다.
14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공산품을 넘어 패션·뷰티부문의 경쟁력 확보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내세울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그동안 주로 공산품과 식품을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했다. 지난해 창립 이후 최초로 연간 매출 30조 원을 넘기며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기업으로 꼽힌 이마트 매출을 추월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쿠팡은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패션과 뷰티를 중심으로 카테고리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분야가 상대적으로 높은 객단가와 수익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외연 확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행보에서도 패션을 앞세워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쿠팡은 최근 패션 편집숍 'C.스트리트'를 개설했다. C.스트리트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나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 쿠팡이 C.스트리트를 통해 선보이는 브랜드들은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온라인상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로라로라, 키르시, 보카바카 등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2020년에도 유명 패션 브랜드숍 ‘C.에비뉴’를 개설했다. 현재 C.에비뉴에는 빈폴, 라코스테, 온앤온 등 총 98개의 브랜드가 입점한 상태다.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 점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2023년 12월 5억 달러(약 7천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파페치는 2008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현재 1400여 개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파페치에는 명품은 물론 국내 디자이너 브랜도도 다수 입점해 있어 패션 브랜드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여지가 많다. 현재 파페치에는 우영미와 송지오, 김해김, 이명, 스튜디오톰보이 등 10개 이상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다만 이러한 쿠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 업계의 평가는 다소 회의적이다.
▲ 쿠팡이 패션 셀렉트숍 'C.스트리트'를 론칭하며 수익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쿠팡>
쿠팡에 대한 대체적인 소비자 인식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빨리 배송받는 플랫폼'이다. 가격대가 있는 상품을 사는 플랫폼의 성격을 띄지 않기 때문에 고급화 전략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실시한 ‘온라인 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3’를 보면 소비자들은 쿠팡을 이용하는 이유로 빠른 배송, 편리한 교환 및 환불, 저렴한 가격대 등을 꼽았다. 패션상품의 구매요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통상 의류 등 패션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편리함’보다는 브랜드의 다양성과 디자인, 품질 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많다.
실제 오픈서베이 리포트에 따르면 쿠팡은 생활용품과 식료품에서는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패션의류의 구매 비중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쇼핑과 11번가에서는 패션의류의 구매 비중이 높은 것과 대비된다.
쿠팡이 패션 전문 플랫폼과 경쟁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못 찾고 있다는 점도 쿠팡의 패션사업 진출과 관련한 회의적 평가에 힘을 싣고 있다.
패션 전문 플랫폼 29CM는 최근 객단가가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폭 강화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층인 2539 여성의 취향을 분석해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구매력 높은 고객 유입이 활발해지며 올해 상반기 월 평균 객단가가 18만3천 원을 넘어섰다.
반면 쿠팡의 C.스트리트와 C.에비뉴의 입점 브랜드 수는 각각 42개, 98개로 총 140개에 불과하다. 경쟁사 대비 선택의 폭이 크게 제한되고 있어 이용 유인도 부족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은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취급상품범위별 온라인쇼핑 거래액’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 전문몰의 패션상품 거래액은 총 15조2929억 원으로 2022년보다 10.4% 증가했다. 대표적 패션 전문몰로는 무신사, 29CM, 에이블리, W컨셉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쿠팡, 11번가 등이 속한 종합몰의 2023년 패션상품 거래액은 총 12조9861억 원으로 패션 전문몰과 비교해 2조 원 이상 적다.
2021년까지만 해도 종합몰의 패션상품 거래액은 12조378억 원으로 전문몰보다 900억 원가량 높았으나 2022년 전문몰의 거래액이 전년대비 25%나 증가하며 종합몰 거래액을 추월했다. 2023년에는 둘 사이의 격차가 2조 원 이상으로 더욱 확대됐다.
패션의류를 파는 판매자들이 쿠팡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패션 판매자 커뮤니티에서 한 판매자는 “쿠팡보다 무신사, 29CM 등 패션 전문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쿠팡에서 의류를 판매해본 결과 구매자들이 한 번 입고난 후 환불하는 경우가 잦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잠재력 높은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쿠팡이 그동안 직매입 거래 확대 등과 관련해 성장세가 관찰될 때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패션과 관련해서는 성과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쿠팡이 패션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에 근거를 더한다.
쿠팡이 패션사업 투자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패션 투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생활용품과 식품 위주의 플랫폼으로 각인이 돼있으나 최근 패션부문의 C.스트리트와 뷰티부문의 R.럭스 등 객단가 높은 고급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올해 파페치도 인수하며 본격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패션사업에서의 브랜드 확대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