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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영화에도 등장하는 ‘사망보험금’ 노린 보험사기, 이젠 AI가 탐지한다

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 2024-11-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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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영화에도 등장하는 ‘사망보험금’ 노린 보험사기, 이젠 AI가 탐지한다
▲ 보험사기는 보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1944년 빌리 와일더 감독의 '이중 배상(사진)'에서도 사망보험금을 노린 사기가 등장한다. < 인터넷무비데이타베이스(IMDB) >
[비즈니스포스트] #. 남편과 불화를 겪던 아내에게 말끔한 외모의 보험 판매원이 다가온다. 미모의 아내와 보험 판매원은 남편 모르게 사망보험을 가입하고 남편을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할 계획을 공모한다. 이들은 단순 사고 사망이 아니라 흔히 일어나지 않는 일로 사망할 때 두 배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이중 배상’을 계획하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낼 사기를 준비한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보험사기가 아니다. 1944년 빌리 와일더가 감독을 맡고 프레디 맥머리와 바바라 스탠웍이 주연으로 연기한 고전 스릴러 영화 ‘이중 배상’의 주요 줄거리다.

이처럼 보험료를 내는 납입자, 보험의 보장 대상인 피보험자, 보험금을 받는 수익자가 달라서 생기는 도덕적해이(모럴 해저드) 위험은 보험산업이 시작할 때부터 존재했다. 

도덕적해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보험사기라는 형태로 구체화하고 고도화했는데 보험사들도 이에 발맞춰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기술발전에 따라 인공지능(AI)기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0일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보험사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기 탐지 서비스에 AI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보험사기의 수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액이 연루된 사건이 늘어나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이고 면밀한 탐지가 필요한데 AI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조직화하고 있는 보험사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0월22일 자체 개발한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에 AI를 적용했다.

손면정 흥국생명 상품개발실장은 “AI 시스템 도입으로 사후 중심으로 관리되던 보험사기를 사전에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전 영화에도 등장하는 ‘사망보험금’ 노린 보험사기, 이젠 AI가 탐지한다
▲ 흥국생명은 10월22일 보험사기 선제 대응을 목표로 자체 개발한 ‘보험사기 분석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밖에도 많은 보험사가 보험사기 대응을 위해 인공지능 활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흥국생명>

동양생명도 10월 질병·병원·의사·피보험자·모집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보험사기 이상징후를 분석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기 유의자 등 위험집단 관련 보험사기 조기탐지 및 상시 관리가 가능해졌다. 

그 밖에도 삼성화재, 교보생명, DB손해보험 등 다수 보험사가 보험사기 감지에 AI를 활용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피보험자와 수익자가 다른 경우 더 쉽게 발생한다.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가족 등 지정한 수익자가 보험금을 받는 사망보험이 대표적이다. 

사망보험은 애초 남겨진 가족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생겼다. 하지만 가까운 이를 가입시키고 살해해 보험금을 챙기는 등의 악용 행위가 끊이지 않고 발각됐고 이에 스릴러 문학 및 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돼 왔다. 

이 기사에 소개한 영화 이중 배상에서도 남편 디트릭슨과 불화를 겪던 아내 필리스는 보험 판매원 월터와 공모해 남편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필리스는 디트릭슨의 자동차 보험을 갱신하러 온 보험 판매원 월터에게 “당신은 보험을 잘 아니까 남편이 모르게 ‘사고보험’을 가입하게 도와줄 수 있냐”고 부탁한다. 사고보험은 사망 등 사고가 발생하면 수익자가 보험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두 사람은 결탁해 디트릭슨 몰래 디트릭슨이 사망하면 아내 필리스가 보험금을 받는 사고보험 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사고로 위장해 그를 살해한다.

만약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현재 한국이고 월터가 한국 보험사에 다녔다면 위 사고보험은 계약 체결부터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거래 탐지 AI가 계약 단계에서부터 사기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해 회사 안에 있는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으로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2024년 한국이 아니라 영화의 배경인 1930~40년대 미국에서도 두 사람의 보험사기는 보험사에 의해 발각된다. 
 
고전 영화에도 등장하는 ‘사망보험금’ 노린 보험사기, 이젠 AI가 탐지한다
▲ 1944년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이중 배상(사진)’에서도 보험사 사장은 2024년 대부분의 보험사와 다를 바 없이 배상 책임자 키즈에게 보험사기가 아닌 게 확실한지 혹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법이 있는지 끈질기게 조사를 요구한다. < 인터넷무비데이타베이스(IMDB) >
당시에도 보험사는 회사 유지를 위해 거액의 보험금이 나가는 사건은 사기가 아닌지 면밀하게 조사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월터가 다니는 보험 회사의 배상 책임자 키즈는 사장의 끊임없는 조사 요청과 직업 윤리로 보험금이 잘못 지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을 면밀히 검토한다. 그리고 결국 이 사건이 사고로 꾸며진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현재 보험사에도 키즈처럼 배상 여부와 규모를 판단하는 전문 인력이 있다. 

하지만 모든 관련 서류와 수치를 직접 확인하고 현장도 확인해야 하는 배상 판단 업무는 피로도가 매우 높으며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휴먼 에러)가 일정 부분 있을 수밖에 없다.
 
오류를 최소화하고 갈수록 조직화하는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 개발에 힘주고 있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시스템은 많은 계약을 빠르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점과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까지 회사가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계약마다 보험사기 위험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사기 적발 건수를 늘릴 수 있었다”며 “보험사기로 나가는 보험금은 다른 고객들의 보험료인 만큼 선량한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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