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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합작으로 써가는 새만금 개발, 한반도 간척 800년사 살펴보니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 2024-11-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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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40년 가까이 애물단지로 남았던 ‘단군 이래 최대 역사’ 새만금이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애초 농업 식량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 시작한 새만금 개발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그 용도를 바꿔오며 최근에는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역할이 변경됐다.
 
민관 합작으로 써가는 새만금 개발, 한반도 간척 800년사 살펴보니
▲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새만금국가산업단지 모습. < LG화학 >

새만금은 800년 가까이 이어진 대한민국 간척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사업으로 여겨진다. 새만금의 선배격인 역사 속 간척사업들을 살펴보면 때에 따라 다른 목적과 배경 속에 사업이 추진됐던 사실을 알 수 있다.

10일 건설업계 및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체 상태에 놓였던 새만금 개발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건설사이자 개발사업자이기도 한 대우건설과 중흥토건이 최근 전북특별자치도,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개발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과 중흥토건은 1일 맺은 협약을 통해 구체적 투자 제안서를 신속하게 작성해 새만금개발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부응하듯 국토교통부 또한 신속한 새만금 개발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6일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알렸다. 개정안에는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고 건축위원회 운영 기준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국내 법인이 아니라 모기업의 신용등급과 자본력을 기준으로 자격 요건을 평가하도록 변경한다.

건축위원회 운영 기준은 급증하는 건축 인허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원을 30명에서 70명으로 늘리는 한편 도시 계획, 경관, 교통 전문가도 위원회에 포함되도록 바꿔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의 전라북도 표심 확보 전략 중 하나로 등장했다. 

각종 개발에서 소외된 전북 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세운 새만금 간척사업이었으나 노태우 대통령이 실제로 새만금 간척사업 기공식을 진행하면서 사업은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1년 11월28일 진행된 기공식에서 연설문을 통해 모든 공사를 2004년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4년 전 대통령 후보로서 서해안 시대를 열 것을 다짐하며 ‘새만금 개발’을 공약했던 저는 우리가 자손만대에 물려줄 웅대한 국토확장의 첫 삽을 뜨며 깊은 감회를 느낀다”는 소감을 남겼다.

농경지 확보로 시작했던 새만금 간척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목적이 추가됐다. 김영삼 정부 때 ‘대중국 교두보’, 김대중 정부 때 ‘환황해권시대 생산·물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용지계획을 100% 농수산 개발 중심에서 농지 72%, 비농지 28%로 바꾸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삼아 대기능 융복합기지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경협단지 조성’을 내걸고 새만금개발청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새만금을 키우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새만금을 이차전지, 미래 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산업 특화단지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간척사업 역사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로 새만금이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관 합작으로 써가는 새만금 개발, 한반도 간척 800년사 살펴보니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왼쪽 네 번째)가 1일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개발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왼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우리나라 간척의 역사를 살펴보면 농경지 확보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시대 상황에 따라 그 세부 목적이 바뀌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간척사업과 관련한 문헌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의 일이다.

몽골과 전쟁으로 고려의 수도를 개경(개성)에서 강화도로 옮기는 이른바 강도시대(江都時代)가 접어들면서 강화도에서 간척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최초의 간척 기록은 고려 고종 22년인 1235년에 강화도 연안에 방조제를 구축한 것으로 시작된다. 강화도 간척지는 군량미 조달 외에도 해상 방어 기지 구축이라는 목적으로 조성됐다는 점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이 길어지며 강화도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고려 정부는 농민들에게 갈대섬 일대에 제방을 축조하고 농지를 조성한 뒤 백성들에게 작물을 경작하도록 했다. 군사적 목적으로 시작한 간척 사업의 목적이 순수한 농지 확보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고려 정부에서 활발한 강화도 간척사업을 진행한 결과 애초 복잡한 형태의 해안선을 지니고 있던 강화도는 고려시대가 끝나기도 전에 현재의 강화도와 흡사하게 단순한 해안선을 갖추게 됐다.

조선시대에는 간척사업이 민간으로도 확대됐다. 이는 조선 정부가 간척지를 포함한 개간지에 면세 혜택을 주고 관련 사업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간척사업이 민간으로 확대된 결과 간척사업의 목적에는 농경지 확보 외에도 개인의 치부가 더해졌다.

조선왕조실록 태종 14년(1414년)의 기록을 보면 태종 이방원의 등극에 큰 공을 세워 당시 권신이던 하륜이 아들, 사위, 부하 등을 동원해 통진 고양포(현재의 김포)에 제방을 쌓고 농경지를 만들어 땅을 사유화한 기록이 나온다.

민간 주도의 간척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1426년(세종 8년)에는 당시 대사헌을 지내던 권도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예조 참판인 이명덕을 탄핵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탄핵의 배경으로 권도의 아버지인 권근이 평택에 간척사업을 벌여 확보한 토지로 인해 발생한 이명덕 처가와의 소유권 분쟁이 거론됐다.

조선 후기에는 사회 안정화로 민간 중심의 간척이 더욱 활발해진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간척지를 마련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국가에서 주도한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대표적인 것은 강화도 선두포언(船頭浦堰)과 지금의 경기 시흥 일대에 조성된 진휼청신언(賑恤廳新堰)인데 이는 모두 당시 숙종의 왕비인 인현왕후의 오빠 민진원이 주도했다.

이 두 간척사업은 농경지 확보 외에도 관청의 재정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민진원은 진휼청의 당상을 맡고 있었는데 진휼청은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구제하는 일을 담당한 관청으로 당시 심각한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따라 민진원은 강화도 유수를 지내던 시절 선두포 간척사업을 통해 재정 확보에 성공한 경험을 살려 진휼청 주도의 간척사업을 추진했다.

조선 후기 민간 중심의 간척 활성화를 대표하는 인물은 어부사시사로 유명한 윤선도다. 윤선도는 1500년대 후반 윤선도의 할아버지인 윤의중이 시작한 진도 굴포만 간척사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선도의 가문인 해남 윤씨는 대를 이어서 간척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유명한데 1930년대에도 간척사업에 나서 지금도 해당 간척지 일대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산 정약용이 오랜 귀양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저술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귀양지 근처인 해남, 강진 일대에서 외가인 해남 윤씨 가문이 가진 영향력 및 경제력이 꼽히기도 한다.

정약용이 해남 윤씨로부터 받은 영향력은 저서인 ‘목민심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약용은 당시 간척사업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큰 돌을 옮기기 위한 기중기, 조수의 흐름을 약화하는 한대(捍臺) 등 과학적 기술 및 기계를 간척사업에 동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목민심서에 넣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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