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카오 그룹이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사정 당국으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의 가석방 이후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어 카카오 그룹 내부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연이은 과징금 폭탄, 총수 김범석 석방에도 더 커진 사법리스크

▲ 6일 카카오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사정 당국의 제재 등 압박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6일 제 19차 회의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처리 위반 혐의에 대해 “중대한 회계처리 위반이 있다”며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제재는 금융위 내 회계 전문 기구인 감리위원회에 지난 4월 최초 상정된 이후 약 6개월 만에 나왔다. 

증선위는 금융감독원이 ‘고의’로 결론을 내렸던 것과 달리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낮은 ‘중과실’로 결론 내렸다.

다만 관련 자료를 별도로 검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형사적 책임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에 실질적인 조치 수준은 원안에 준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선위 측은 “향후 수사 등 사법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추가로 밝혀질 경우 고의성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회계위반의 고의성이 밝혀지는 경우 증선위 직권으로 재심의해 추가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가맹 택시 사업에서 매출과 비용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봤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감리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의견대로 재무제표를 순액법을 제공한 재무제표로 정정 제출했지만, 고의적 회계위반 혐의는 부정했다. 이날 회사 측은 금융당국 결정을 존중하며 추가 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콜 몰아주기’와 ‘콜 차단’ 혐의를 두고 연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강제수사를 이어가면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은 이날도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달 31일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보석 결정으로 3개월 넘게 이어진 총수 부재가 일부 해소된 상황에서 닷새 만에 검찰의 압수수색과 고강도 제재가 내려진 셈이다. 

검찰 수사는 공정위 고발로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콜 몰아주기'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 원을 부과하고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콜 차단'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724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른 카카오 계열사의 사법 리스크도 남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제재 절차가 마무리 되면 조만간 카카오페이의 신용정보 유출 사태 관련 제재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계열사 연이은 과징금 폭탄, 총수 김범석 석방에도 더 커진 사법리스크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보석으로 풀려난지 닷새 만에 연이어 계열사 행정 제재와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카카오 그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7월22일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에 고객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해외결제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까지 카카오페이가 2019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제공한 정보내역은 모두 5억5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페이 이용자가 4천만 명을 넘어서는 만큼, 광범위한 정보 제공 내역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해당 정보가 마케팅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돼 있으며, 개인신용정보 처리위탁 방식은 사용자 동의가 필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정식 위·수탁 계약에 따른 정보 전달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며, 이에 따라 제재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카카오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카카오 그룹의 장기적 최대 위험으로 평가받는 김 위원장 사법 리스크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검찰은 김 위원장의 보석이 인용된지 일주일 만에 보석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항고했다. 죄증이 무겁고 도망의 염려과 증거 인멸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