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독불장군 정치'에 국힘 위기감 커져, 한동훈 대통령 탈당 요구 가능성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공천개입에 함께 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이렇다 할 사과 없이 지속해서 자신이 밀던 '4대 개혁'을 외치는 이른바 ‘독불장군 정치’를 이어가고 있어 국민의힘이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다.

대통령에게 쇄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보수정당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대통령 탈당 요구’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나온다.

5일 여권의 말을 종합하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중진과 원로를 불문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보수공멸’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대통령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4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 상황에서 법에 당연히 하도록 돼 있는 특별감찰관 정도를 임명하는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보수는 공멸할 것이다"고 말했다.

친윤계 김재원 의원조차 “보수의 단일대오로 윤석열 정권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실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현재 맞닥뜨린 사태를 해결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계파를 불문하고 쇄신의 필요성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1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꽃이 11월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8.2%, '잘못하고 있다'는 81.3%로 집계됐다.

여론조사꽃 조사는 자체조사로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면접 조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또다른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의 의뢰를 받아 10월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17%, 부정평가는 78%로 나타나기도 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의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CATI)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주저 앉은 것은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정통제가 안 되는 절체절명의 상태로 보인다"고 짚었다. 권력 누수가 아니라 권력 공백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 '공천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통화 녹음이 공개된 것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 뒤인 2022년 6월 중순에도 명씨가 대통령과 연락했다고 말하는 녹음파일을 지난 3일 공개하고 추가 녹취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제보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금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을 비롯한 국정농단 관련 제보가 여러 사람에게서 제보가 들어오고 있어 검증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지금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탄핵이라든가 하야,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 등 여러 의견들이 마구 튀어나오면서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강경한 태도에 보수원로들도 최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 직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여론을 살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과 당이 힘을 합쳐 구국의 노력을 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은 취임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독불장군 정치'에 국힘 위기감 커져, 한동훈 대통령 탈당 요구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무라트 누르틀례우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 등 17차 한-중앙아 협력 포럼 중앙아 5개국 대표단을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됐던 4일 특별한 이유 없이 불참하고 4대 개혁을 거론하면서 이른바 '독불장군'식의 정치적 메시지를 내놔 여권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온다.

친한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시정연설에 불참한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배 의원은 "거듭 가면 안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판단과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하는 무력한 당의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 속을 날카롭게 긁어낸다"며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우선 정부에서 해야 할 3대 과제는 첫 번째 진정성 있는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민생경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정기조를 대전환하고 세 번째로는 인사혁신의 모습을 보여서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지만 개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전문가들도 이렇게 경색되고 악화된 정치판국에 4대 개혁이 선결문제는 아니지 않냐는 부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다.

보수논객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MBC라디오 성지영의 뉴스바사삭에 출연해 "이미 대통령은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국정운영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보여 심리적 탄핵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교성과와 의료, 노동, 교육, 연금 등의 4대 개혁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헛소리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오는 7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혀 정치권에서는 사과와 구체적 국면전환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를 놓고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대국민담화 사례에 비춰볼 때 이른바 ‘박절하지 못하다’는 톤의 낮은 수준의 사과로 역풍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이끄는 한동훈 대표로서는 보수층의 궤멸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전향적 모습이 보이지 않아 정치국면이 전환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 탈당을 요구할 정치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여론분석 전문가들도 국민의힘과 대통령을 두고 여론이 갈라지는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가 더욱 심화되면 탈당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부대표는 정치전문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 사이 통화가 공개된 마당에 국민의힘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국면이 지속되면 한동훈 대표로서는 탈당을 요구하는 리더십을 보이지 않은면 자신의 미래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