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고 시중은행 금리는 금융감독원장이 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을 향해 "금융위원회 하부조직인 금감원 원장이 정부와 금융위 차원의 정책과 관련해 권한 이상의 발언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질타했다.
 
이복현 국회 국감서 질타받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제 역할 못 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서민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이날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은 주로 이복현 원장의 월권성 행보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금감원이 권한 밖의 일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장의 빈번한 구두 개입이나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보도자료 배포 행위는 분명 금융감독원의 재량권을 넘은 행위고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이 원장의 과거 시장 개입성 언행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7월 금감원 임원회의를 열고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지난 8월에는 가계대출 목표 초과 은행에 대해 내년도 대출한도 축소한다는 취지의 강경한 정책을 내놨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이를 놓고 가계부채를 잡으려는 금감원과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낸 정부기조가 엇박자를 낸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면 송구하다"면서도 "금감원장으로서 발언하거나 입장을 취한 내용들은 우리 정부 경제팀 내에서 사실은 합의가 다 된 내용이거나 공감대가 있는 내용"이라고 대답했다.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비서관을 포함해 정부 내 경제관료 사이에 협의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민주당에선 금감원이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특히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사태를 추궁했다.

금감원은 티메프 정산 지연사태가 발생하기 2년 전부터 부실 징후를 알았음에도 통상적 권고조치 이상의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금감원은 2022년 티몬에 대해 미정산 금액 200억 원에 대해서 별도 예치를 하라는 요구를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200억 원이라고 하면 1조 원 넘는 전체 피해금액에서 큰 비중은 아닐 수 있지만 200억 원에 대한 금감원의 조치가 조금만 더 촘촘하고 꼼꼼했다면 최근 사태 자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결과적으로는 별도 예치 자금이 제대로 용도대로 안 사용된 것으로 금감원도 보고 있다"며 "당국이 더 제도와 관리방식을 더 엄격하게 적용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복현 국회 국감서 질타받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제 역할 못 해"

▲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이날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금감원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금융범죄와 관련해 금감원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민주당은 바라봤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장이 주가조작 수사에 침묵한다면 금감원의 독립성이나 또는 자율성을 보호하겠다는 1999년의 설립취지와 완전히 다르게 가는 것이며 금감원이 검찰의 금융수사부 정도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강 의원이 지적한 내용에 이견이 없고 시세조종 사건이라든가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에 대해 엄중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사건은 검찰에서 인지수사 형태로 진행한 것으로 사건의 실제 증거관계에 대해서 금감원이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 과감한 인사를 놓고도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과거와 다르게 인사를 과감하게 하는 것 같다"며 "직원에 대해서 불안을 조성하고 시장에 대해서 불안을 조성하고 이런 식으로 금융감독원을 금융정치원으로 만들면 제대로 된 시장이 조성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을 이끈 2년 동안 임원 인사 13번, 수시 인사 52번을 진행했다. 부서장도 수시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원장은 "인사를 아예 그렇게 하는 것을 운영의 원칙으로 삼았다"며 "운영상의 미숙이 있었을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거나 다른 어떤 외부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신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금감원이 본래의 취지와 다른 업무에 신경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의 계좌추적 시도가 윤석열 정부 들어 연 1만4253건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연 6647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천준호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금감원의 계좌추적이 급증한 데는 윤석열 사단 검찰 출신이라는 이복현 원장이 영향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계좌추적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에 금융실명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충희 기자